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5일(현지 시간) 미 CNBC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장 초반 달러·유로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떨어진 1.0281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유로화 가치는 9% 이상 하락했다.
유로화의 추락은 유로존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CNBC는 "유로존의 7월 센틱스경제지수가 2020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는데 이는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센틱스지수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지수로 유로존의 7월 센틱스지수는 -26.4를 기록했다. 이는 6월(-15.8)은 물론 로이터가 집계한 전망치(-19.9)보다도 크게 낮은 수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로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연준은 올 들어 3월과 5월·6월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5%포인트, 0.75%포인트 인상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지만 ECB는 2016년부터 0%인 기준금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ECB가 21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기는 했지만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준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무리라는 평가다. HSBC의 유럽외환리서치 대표인 도미니크 버닝은 "유로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