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박일준 산업부 차관 "日·대만 전력예비율 고작 3%…韓 버티는 건 24기 원전 덕분"

[2022 에너지전략포럼]

◆박일준 산업부 차관 기조연설

블랙아웃 대처 석탄 등 백업 필요…완벽한 에너지원 없어

전쟁發 수급 불안 '원전' 중요…탄소 중립 달성에도 필수

신재생은 ESS시스템 구축 필요, 보급 정책 구체화할 것

유럽 '원자력' 그린에너지로…尹 '원전 세일즈' 탄력 받을듯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2022 에너지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2022 에너지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이 1970년대 발생했던 ‘오일쇼크’ 못지않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습니다. 에너지가 경제이자 안보라는 말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2022 에너지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수급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전력 수급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하루에도 열 번 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이날 오후 5시 20분 기준 전력 수요는 92.36GW, 공급 예비율은 8.4%를 기록하며 올해 최대 전력 수요 및 최저 공급 예비율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박 차관은 특히 “완벽한 에너지원이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 백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특정 에너지원의 방향성이 결정됐더라도 단기적으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항상 필요하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박 차관은 석탄발전을 통한 전력 수급 대응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올여름 갑작스러운 태풍 등으로 일부 원전발전소 가동이 중단될 경우에 대비해 이미 폐쇄한 석탄발전소 가동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특히 에너지 수요가 가장 피크인 8월 둘째 주가 고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책 당국자로서 자원 배분의 합리적·효율적 집행에 대한 고충도 털어놓았다. 박 차관은 “이미 폐쇄된 일부 화력발전소를 예비 전력으로 활용할 경우 가동 준비 기간만 한 달이 걸리고 관련 비용은 추가로 3000억~4000억 원이 소요된다”며 “이 때문에 일부 기업에 현금 지원 방식으로 전력 소비 감축을 유도하는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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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 차관은 전날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2017년 ‘탈원전 로드맵’과 2019년 ‘에너지 기본 계획’을 대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큰 방향은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믹스 재정립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 △시장 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효율화 및 시장구조 확립 △에너지 신산업의 성장 동력화 및 수출산업화 △에너지 복지 및 정책 수용성 강화 등 다섯 가지가 핵심이다.

이 같은 에너지믹스 재정립 정책에 따라 ‘원전 역할론’이 커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차관은 “주변국만 살펴봐도 올여름 일본의 전력예비율은 2~3%, 대만은 3% 내외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의 전력예비율이 여타 국가와 달리 그나마 10%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덕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 문제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도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27% 수준인 원전발전 비중을 신한울 3·4호기 준공 및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등을 통해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이날 유럽의회에서 친환경 투자의 기준이 되는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방안이 50%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된 것도 세계 원전 시장 활성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2022 에너지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2022 에너지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박 차관은 이전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었던 ‘신재생발전’과 관련해서는 속도 조절에 나설 방침이다. 그는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볕이 좋으면 발전량이 높다가도 비가 오면 발전량이 급감해 전체 전력 수급에 문제를 야기한다”며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장치 설치 등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숨은 비용’이 많은 발전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국내에서 신재생발전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며 전력망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전 정부에서는 원전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고 신재생의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만큼 이 같은 부분을 염두에 두고 신재생 보급 정책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전 정부의 ‘묻지 마 신재생 보급’ 정책으로 2016년 말 9.28GW(설비용량 기준)에 불과했던 신재생 설비는 이달에는 26.58GW로 5년여 사이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최근 5년간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신한울 1·2호기 준공 지연 및 일부 원전 조기 폐쇄 등으로 국내 원전 설비는 2016년 말 23.11GW에서 이달 23.25GW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편 유럽에서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돼 원전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세일즈’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인 영향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된 영국·프랑스 등이 대안으로 원전 확대에 나선 만큼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세운 정부가 유럽 시장을 겨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동유럽의 원전 시장 규모만 5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종=양철민 기자·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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