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태기의 인사이트]경제위기 극복 위한 노사정 협력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인플레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져

재앙 막으려면 경제주체 협력 절실

파업 투쟁 등 대립적 관계 끝내고

위기 원인·해결법 함께 공유해야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경기 위기에도 단계가 있다. 당면한 경제 위기와 유사한 1970년대 석유 위기가 그랬다. 처음에 물가 급등으로 1차 위기가 발생했다. 하지만 임금이 뒤따라 오르면서 물가 급등이 지속돼 어쩔 수 없이 초고금리 정책을 썼다. 결국 기업의 부도와 실업으로 경기 침체라는 2차 위기를 맞았다. 미국은 물가 상승률이 1980년 14.6%로 오르자 금리를 1981년에 21%까지 올렸고 그 여파로 실업률은 1982년 10.8%까지 급등했다. 게다가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세수가 감소했고 외채가 많은 나라는 3차 위기가 발생했다. 1982년 멕시코·브라질 등 남미와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 발생한 국제 부채 위기는 미국 등 채권국의 발목을 잡았다.




위기의 회복력은 경제 주체의 대응에 좌우된다. 미국과 유럽은 물가가 급등하자 가격 통제 등 소득 정책에 매달렸다. 하지만 노사정이 대립하고 파업도 격화돼 회복력이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1980년 물가 상승률이 28%로 폭등하자 금리를 21%로 즉각 올렸고 소비와 투자 촉진을 위해 정책을 과감하게 전환해 실업률의 증가를 5%로 억제한 뒤 1980년대 중반 외채의 조기 상환에 성공했다. 일본은 JIT(Just In Time)라며 품질과 재고 관리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 이러한 차이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대량 해고까지 했지만 존립이 위험했고 일본은 연비 우위로, 또 한국은 가격 우위로 미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였다.


우리나라는 경제 위기에 취약해졌다.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의 불안도 그만큼 커졌다. 가계부채가 많아지고 노동시장은 경직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돼 3차 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인식은 흐려졌다. 미국과 유럽의 1970년대처럼 노사정이 대립하고 파업은 줄을 잇고 있다. 물가 급등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주요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10%를 넘어 물가 상승률보다 2배 높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5%로 경제 안정을 위한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물가 안정을 위한 고육책으로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이에 따른 경기 침체의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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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위기 해결 능력은 경제 주체의 협력에 좌우된다. 널리 알려진 1982년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이 그랬다. 고임금·고실업·고물가에 시달리던 네덜란드는 사회적 합의로 고성장·저실업 국가로 바뀌었다. 당면한 경제 위기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대응이 더 엄중해져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과 국민의 협조도 구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교훈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 개방으로 금리가 떨어지자 기업은 방만하게 투자했고 노동조합은 임금을 빠르게 올렸다. 동남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한국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며 과신했고 여야 정치권은 대립하면서 불과 수개월 만에 국가 부도가 발생했다.

대기업은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심리는 위기 해결에 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미국의 대기업이, 외환위기에서 한국의 30대 대기업의 대부분이 무너졌다. 노사는 경제 위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당면한 경제 위기가 확산될지 불확실하지만 임계점은 멀지 않고 일단 임계점을 넘으면 대형 화재처럼 순식간에 번진다. 노사정은 경제 위기를 이기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경제 위기의 원인과 해결 전망을 공유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자원을 무기화하는 중국·러시아의 도발과 미국·유럽의 대응으로 경제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이럴수록 한국의 경제 주체들은 힘을 더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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