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시다 “참의원 선거 예정대로”… 개헌 세력 ‘결집’하나

'과반 무난' 보수 정당 의석 더 늘어날 수도 "개헌도 쉬워질 듯"

최대 계파 '아베파'는 구심점 잃어… 자민당 '파워 구도'는 변화 가능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총격 사망과 관계없이 10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을 8일 밝혔다. 코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서 이미 보수·개헌 정당들이 이번 선거로 선출되는 총 125석 가운데 과반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개헌 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져 더 큰 승리를 안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전 총리의 목숨을 빼앗은 비열한 만행이 벌어졌다”고 규탄했다. NHK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후 각료들에게 ‘폭력이나 테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참의원 선거를 혼란 없이 치르도록 경호와 경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선거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일본 정치권에서 아베 전 총리의 막강한 입지를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향후 일본 정치는 물론 사회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장 10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우익 세력이 결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지 저명 저널리스트인 다와라 소이치로는 “자민당이 더 많은 의석을 얻고 헌법 개정도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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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요 언론들이 지금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골자로 한 개헌을 추진하는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 뽑는 125개 의석 중 최소 63석, 최대 80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등 개헌을 지지하는 정당까지 합친 4개 정당이 총 82석을 얻으면 기존 의석과 합쳐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전체의 3분의 2)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이번 사태로 이들 정당이 의석수를 더 늘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자민당 내 보수 세력의 정치 구도에 어느 정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수장을 맡고 있는 ‘아베파’는 전통적인 매파·보수 파벌로 당내에서 가장 많은 현역 의원 95명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참의원 선거 이후에라도 구심점을 잃은 아베파가 흩어지면 자민당 내 파벌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일본 내부의 균열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용의자는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샹하오위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소 초빙연구원은 환구시보에 “아베 전 총리가 강경한 군사·안보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일본 내 반감도 적지 않다”고 평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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