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쓴지 20년 정도가 흐른 것 같습니다. 매체·플랫폼·유행 장르의 변화를 느낍니다. 작가도 그에 맞춰 변해야 합니다.”(박성호 작가)
비디오·만화책 대여점을 기억하는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동네 곳곳에 대여점이 꼭 한 군데는 있었다. 그런 대여점에는 만화책과 영화 뿐 아니라 판타지·무협 소설 코너도 존재했다. 박성호 작가는 대여점 전성시대인 2001년 퓨전 판타지 ‘아이리스’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장르소설계를 지켜온 중견 작가다.
어릴 때부터 ‘반지의 제왕’ ‘드래곤 라자’ 등 초창키 판타지에 탐닉했던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취미로 글을 써 왔고, 직업으로 삼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슬픈 얘기지만 20년 넘게 글을 써도 필력은 늘지 않은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데뷔작 ‘아이리스’를 통해 ‘이세계 고딩 깽판물’(이고꺵)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던 그는 장르소설계의 트렌드 변화를 몸소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여점 시절에는 소설을 1화 단위가 아닌 한 권 단위로 썼고, 피드백도 늦게 왔지만 이제는 1화씩 연재하고 피드백도 바로 와 수정도 바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의 변화와 성장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수입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대여점 시절은 판매량이 1만 부를 넘지 못했고 대박작을 써도 권당 수입 1천만 원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웹소설의 판매량은 무한하고, 작품이 대박날 경우 수억에서 수십억을 버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업계가 변화한 만큼 판타지를 주로 집필하던 박 작가도 현대물, 그 중에서도 투자물을 집필하는 중이다. ‘미래를 보는 투자자’를 완결하고 투자물에 회귀물을 가미한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을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 중이다. 그는 ”투자물은 매우 매력적인 장르라 도전하고 싶었다"며 “실제 사건과 인물을 다루다 보니 어려움도 있고, 일본의 대 한국 경제제재 내용을 썼었는데 실제로 일어나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빠른 전개와 시원함으로 사랑받아 왔다. 판타지 소설 ‘아르세니아의 마법사’는 인기에 힘입어 네이버웹툰에서 웹툰으로 연재 중이다. 최근 연재 중인 투자물들은 MZ세대의 투자 열풍과 맞물려 인기 몰이 중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여러 사건을 각색해서 다루는 것 만큼 현실감도 있다. 완결작 ‘미래를 보는 투자자’에 대해 박 작가는 “곧 타 포맷으로의 각색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긴 시간 동안 장르소설계에서 도태되지 않고 인기를 유지하며 작품을 계속 집필하는 비결은 뭘까. 박 작가는 “작가에게 가장 위험한 건 과거의 방식이 지금도 통할 거라는 착각”이라며 “시장도 독자도 변한 만큼 작가도 그에 맞춰 변화의 흐름을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을 오래 쓰다 보니 자기복제에 대한 팬들의 비판도 있지만, 최대한 이야기 전개 방식과 에피소드를 다르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더 노력해 이번 연재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겠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