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 코인 가격이 폭락하며 다수 프로젝트들이 이탈·청산 중이거나 횡령 등 잡음까지 나오고 있어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투명성을 높여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클레이튼의 기축통화인 ‘클레이’ 거래가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312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고점(5050원) 대비 94% 폭락한 수준이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장임을 감안해도 낙폭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더 큰 문제는 클레이 가격은 본격적인 하락장이 오기 전부터 꾸준히 하락세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싱가폴에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설립한 뒤 클레이튼 사업 운영 전권을 맡겼다. 블록체인 신사업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클레이튼은 최근 메타콩즈, 실타래, 위믹스 등 주요 프로젝트들의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 요인으로는 올해 초 단행한 수수료 30배 인상과 잦은 메인넷 오류·장애가 꼽힌다. 클레이 가치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아예 청산을 택한 프로젝트들도 최근 두 달 동안만 12곳에 달한다.
크러스트 측의 불투명한 투자 집행도 빈축을 사고 있다. 크러스트는 지난해부터 생태계 확대를 위해 별도 재단 기금인 ‘클레이튼 성장 펀드(KGF)’에서 나온 클레이를 신규 프로젝트들에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크러스트 측이 정확한 투자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드러난 곳들도 대다수가 익명 프로젝트로, ‘먹튀’ 가능성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KGF가 약 327만 클레이(당시 가격 약 51억 원)를 투자한 익명 디파이(탈중앙화금융) 프로젝트 ‘크로노스 다오’는 78억 원 가량의 예치금 횡령 의혹으로 소송전에 휘말렸다. 이에 클레이 개인투자자들이 크러스트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크러스트 측은 지난달 16일 “분기별로 KGF 총 투자 금액 및 대표 사례를 공유하고 커뮤니티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크러스트가 투자한 곳 중 카카오 출신들이 차린 회사도 포함됐다는 의혹이 터지며 불신은 확산되고 있다. 크러스트는 지난 4월 싱가폴 소재 ‘크로스랩(Krosslab)’이라는 스타트업에 클레이를 투자했다. 싱가폴 기업청(ACRA)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식은 신정환 전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00% 소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크러스트가 학연·지연에 기반해 투자를 결정한다는 소문까지 도는 실정”이라며 “신뢰 회복을 위해선 투명한 투자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