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다가온 가운데 미국 수영장 상당수가 개점 휴업 상태에 놓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최근 영국 BBC 방송은 이번 달 미국 전역 수영장의 33%가량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인명구조요원이 부족해진 탓이다. 수영장이 문을 닫으면서 야외 물놀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인명구조요원협회(ALA) 자료에 따르면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 수영장은 올여름 운영 시간을 제한했고 일반인 교육 프로그램도 줄였다. 공공 수영장 일부는 아예 개장하지 못했다. ALA는 오는 9월까지도 전국 수영장의 절반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인명구조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BBC에 따르면 인명구조요원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훈련을 수료한 뒤 2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수영장이 문을 닫으면서 요원 자격이 만료된 이들이 다시 인증을 받지 않은 것이다.
또 코로나가 확산하던 시기 미국에서 학생 비자가 제한되면서 외국인의 입국이 어려워졌던 상황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YMCA 소속 수상 안전전문가인 린지 먼딕은 "그간 미국 수영장에서 일했던 인명구조요원은 많은 경우 외국 학생들이었다"라며 "2020년 6월 이후 이들의 입국이 어려워진 것도 해당 사태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문을 닫는 수영장이 늘면서 여름 휴가철을 맞은 사람들이 야외 물가 등으로 몰리며 익사와 같은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는 인명구조요원 확보에 나섰다. BBC에 따르면 일부 수영장은 통상 16달러(약 2만800원) 안팎이었던 시급을 20달러(약 2만6000원) 수준으로 인상하거나 2500달러(약 325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제가 아닌 상근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미국 항공 업계도 인력난에 시달리며 쏟아지는 여행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독립기념일 연휴(7월 1~4일)에만 취소되거나 지연된 항공편이 1만6500여편에 달한다. 또 항공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미국 항공편의 운항 취소 건수는 지난해 2.1%에서 올해 2.8%로 증가했다. 연착 건수도 16.7%에서 20.2%로 늘었다.
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급감한 인력을 회복하지 못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0년 항공 업계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였다. 그러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하늘길이 차츰 열리며 여행 수요가 늘어났지만 그간 축소된 항공 인력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남아 있는 인력의 업무 부담이 커진 것이다.
업계는 조종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대표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은 조종사 관리 시스템의 결함으로 이달 최대 1만2075편의 항공편에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배정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지역 항공사인 피드몬드와 엔보이는 2024년 8월까지 자사 항공기 조종사에게 임금 50% 인상을 약속하는 등 인력 확보에 나섰다. 아메리칸 항공 또한 주요 노선을 비행하는 조종사 1만4000명의 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알래스카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올해 초 비행 훈련 학교를 열고 조종자 지망생을 위한 재정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 업계의 인력난이 단기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조종사 부족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항공편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최소 5년간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잠 이스마일 말레이시아 항공 CEO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소 1년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