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상 의전 서열 7위인 여당 대표가 품위 문제로 요란하다. 문제가 된 것은 증거인멸이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것이다(형법 제155조 제1항).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따라서 그러한 증거인멸을 비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증거인멸을 ‘교사’한 경우에는 증거인멸죄 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무실장을 통해 증거인멸을 했다면 교사범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이 대표에 대한 알선 수재 의혹과 함께 그 과정에서 과연 증거인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다.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위조한다는 건 증거 자체를 위조한다는 것이고,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이기 때문이다(대법원 94도3412 판결). 참고인이 제3자에게 허위의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 주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10도2244 판결). 그런데 정무실장은 7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 증서를 써 주고 허위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는 것이니 이 같은 판례들에 비춰 볼 때 사안에서 증거인멸죄나 그 교사죄가 성립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윤리위원회에서 이러한 점을 제대로 소명했는지는 의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를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해명은 마치 커닝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고 강변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징계와 형사처벌은 서로 다르다. 범죄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그러나 징계는 그렇지 않다. 윤리위 규정은 단순히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것도 징계 사유로 본다(제20조 제3호). 이른바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 여기서 ‘품위’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대표자로서 직책을 수행하는 데 손색없는 인품을 말하는 것이고(대법원 2017두47472 판결) 어떠한 행위가 품위 손상 행위인지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건전한 사회 통념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판단은 전적으로 윤리위 재량이다.
여기서 과연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품위를 유지했는지 의문이 든다. 왜 정무실장을 급하게 대전으로 내려보냈는지 또 왜 정무실장은 거액의 약속 증서를 그토록 급하게 작성했는지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의혹들이 속 시원히 해명되지 않았다면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를 떠나서 당 대표로서의 품위가 유지됐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단 윤리위 결정을 존중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여당 대표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