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유니퍼


2014년 12월 당시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이었던 에온이 사업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새로운 발전원으로 부상하는 재생에너지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화석연료 부문 등을 분사하는 것이었다. 그 후 1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6년 1월 유니퍼라는 자회사가 출범했다. 에온은 유니퍼에 화석연료 발전, 전력 거래, 탐사 개발 사업을 떼어줬다. 뒤셀도르프에 있는 본사 건물도 유니퍼에 넘겼다.





유니퍼라는 회사 이름은 ‘독특한(unique)’과 ‘성과(performance)’를 합쳐서 지었는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최고의 에너지 회사가 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명의 의미에 걸맞게 유니퍼는 영국·스웨덴·네덜란드·벨기에·헝가리 등 유럽 전역의 발전 시장에 진출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에너지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640억 유로(약 215조 원)를 기록했다. 총발전 용량은 33GW(기가와트)로 네덜란드의 전체 발전 용량과 맞먹는다. 2020년에는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131위에 올랐다. 현재 유니퍼 임직원은 1만 3000명에 이른다.



유니퍼는 네덜란드에서 석탄 발전소, 스웨덴에서는 수력과 원자력 발전소를 각각 가동 중이다. 하지만 매출의 대부분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천연가스 화력 발전소에서 나온다. 유니퍼가 유럽 에너지 회사 가운데 러시아산 천연가스 최대 구매자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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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퍼가 최근 독일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러시아의 보복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전체 주문 물량의 40% 선으로 쪼그라들어 나머지를 현물 시장에서 비싸게 구입하느라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유니퍼는 하루 약 3000만 유로(약 400억 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정부는 유니퍼 지분 일부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천연가스를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곤경에 처한 독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글로벌 블록화 시대를 맞아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해외 자원 개발, 식량 기지 구축 등을 통한 에너지·식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유사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우군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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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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