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BA.5 예방 효과 낮다는데…중증 막겠다며 '4차 접종' 고육책

■4차 접종 50대로 확대…한계 보인 '코로나 대책'

하루 신규 확진 4만명 넘어서자

18일부터 추가…'7일 격리' 유지

3차례 접종으로 국민 피로감 크고

개량백신 기대에 기존 백신 외면

당국 의도대로 접종률 늘지 미지수

서민경제 우려, 거리두기는 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화이자 백신으로 코로나19 4차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화이자 백신으로 코로나19 4차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에 대응해 백신 4차 접종 대상자를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로 확대했다. 증가세를 고려해 ‘확진자 7일 격리 제도’는 유지하기로 했지만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안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유사시 선별적 거리 두기 도입 가능성은 열어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 방안’을 13일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현재 60대 이상,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 취약 시설 입소자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에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장애인·노숙인 시설 입소자를 추가하기로 했다. 새로 추가되는 대상자 접종은 18일 시작된다. 확진 시 격리 제도는 유지된다. 현 상황에서 제도를 해제하면 유행이 가속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업시간 및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고물가·고금리 경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유행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경우 선별·단계적 거리 두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만 26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같은 요일 확진자(1만 9371명)의 2배가 넘는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만 명을 초과한 것은 5월 10일(4만 3899명)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백신 4차 접종 대상자 확대다. 현재 60대 이상과 요양병원 및 시설, 정신건강증진시설 등 감염 취약 시설 입소자, 면역 저하자인 4차 백신 접종 대상자를 50대 등으로 넓혔다. 하지만 추가 접종을 통해 현재 유행하는 BA.5 등의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명백하고 백신 접종에 대한 피로감이 높은 상황이어서 실제 접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방역 당국도 4차 접종 대상 확대 목적을 감염 자체를 막기보다는 중증과 사망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4차 접종의 목적은 중증과 사망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50대는 기저질환율이 높고 치명률이 40대 이하에 비해 높으며 3차 접종 후 4개월 이상이 경과한 사람이 96%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해 4차 접종 대상자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암·당뇨병 등 기저질환은 코로나19 중증 사망 위험 요인에 해당되는데, 50대는 기저질환 유병률이 높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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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등에 따르면 4차 접종은 BA.5 등 오미크론 하위 변이 감염 확산을 차단해 코로나19 재유행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되지 못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지금의 백신은 BA.4나 BA.5뿐만 아니라 BA.1, BA.2 감염 예방 효과도 거의 없다”며 “이번 방안은 감염 예방 효과로 유행의 확산을 억제하기보다는 고위험군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위중증 제어 효과를 높여 보자는 방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당국의 의도대로 4차 접종이 원활히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세 차례에 걸쳐 백신을 접종하며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감염 예방 효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백신을 선뜻 맞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가 연내 BA.5 감염 예방 효과가 있는 개량 백신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기존 백신을 활용해 진행하는 4차 접종이 기대대로 실행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백 교수는 “(현재 권고 대상자인) 80대만 해도 접종률이 50%에 못 미치는 상황으로 70대·60대로 내려오면 접종률은 더 낮다”며 “50대로 가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거의 안 맞을 것으로 보여 수용률 자체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50대만 해도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은 자율적으로 4차 접종을 하는 것이 득이 될 것”이라며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는 중증화를 막기 위해 치료제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8월 둘째 주부터는 항체 형성이 어려운 중증 면역 저하자에게 예방용 항체 치료제 ‘이부실드’가 투약된다. 또 현재 78만 명분을 보유 중인 먹는 치료제의 경우 유행 확산에 대비해 94만 2000명분을 추가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규 치료제인 ‘사비자불린’의 도입 필요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방역 당국은 현재 확보한 병상으로 하루 확진자 14만 6000명까지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을 경우 1405병상(중증 435개, 준중증 970개)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추가 병상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일단 도입하지 않는다. 정부는 9월 중순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20만 7000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의료 대응 역량 등을 감안할 때 사회·경제적 피해가 큰 거리 두기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BA.5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국가 다수가 거리 두기를 재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정부는 유행 상황에 중대 변화가 생기게 되면 감염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선별·부분적 거리 두기를 도입할 방침이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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