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위원회 통폐합 기조에 맞춰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대통령 직속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13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사이버안보위원회 등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기로 한 위원회들의 설치 문제에 대해 위원회가 아닌 협의체·자문그룹 등의 형태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과제에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겠다고 한 위원회들이 너무 많다”며 “이는 지금의 위원회 정비 방침과 맞지 않는다. 위원회보다는 더 신축적이고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설계해 개별적 국정과제들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수위는 국가 사이버 안보 대응 전략 강화를 위해 대통령 산하에 사이버안보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정보원·국방부 등으로 분산된 사이버 보안 지휘 체계를 통합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대통령실이 배포한 ‘사이버 10만 인재 양성 계획’ 보도 자료에는 사이버안보위원회 신설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민·관·군의 유기적 협력으로 사이버전과 범죄에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위원회를 만들면) 대통령 직속이라는 상징성은 있겠지만 사이버 안보처럼 상황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변화 주기가 짧은 분야에는 위원회 같은 경직된 구조가 맞지 않을 수 있다”며 “협의체·자문그룹 등 탄력적 대응이 가능한 구조를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현재 20개에 달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 중 약 13개(65%)를 통폐합하기로 잠정 확정했다. 방만하게 운영돼온 위원회들을 대규모 구조조정해 위원회 사무국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아껴 취약 계층 지원을 두텁게 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위원회 통폐합을 통해 지난해 예산 대비 총 250억 원가량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는 앞서 설치하기로 한 국민통합위원회·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해 만들 지방시대위원회(가칭) 등 세 위원회만 대통령 직속에 신설한다. 국방혁신4.0민관합동위원회·지속가능성장위원회 등 인수위가 제시했던 각종 위원회 신설 계획도 재검토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