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개월이 돼 가지만, 전쟁의 흐름은 교착상태에서 빠진 지 오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고 계산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전쟁통에 원유·천연가스·밀 등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며 인플레이션까지 유발, 그 영향은 전 세계로 퍼졌다.
최근 출간된 ‘푸틴의 야망과 좌절’은 전 세계를 고통에 빠트린 이 전쟁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물음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이지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평균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진기 한림국제대학원대 겸임교수가 함께 답을 시도한 책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의 야망과 서방국가들의 대응 수준에 대한 오판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의 실패에서 기인한 시작부터 잘못된 전쟁이라고 말한다. 또한 결과에 따라 푸틴의 리더십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교수는 제1절에서 러시아인들의 정체성 형성에 광대한 영토가 갖는 의미를 설명함으로써 이 전쟁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을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박 겸임교수는 2절을 통해 푸틴의 오판에 영향을 미쳤던 정보력과 군사력이 얼마나 ‘속 빈 강정’ 수준이었는지 꼬집는다. 김 교수는 3절에서 전쟁의 원인을 짚으면서 푸틴이 장기집권하며 오만해진 성격적 특성을 분석하며, 그가 전쟁 과정에서 어떤 착각을 했는지도 상세하게 전한다. 우 선임연구원은 4절에서 전쟁의 성격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면서 이번 전쟁이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인의 시선에서는 이 전쟁이 한반도 정세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한 부분에 관심이 실릴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이 전쟁이 국제사회의 ‘자유진영 대 독재진영’의 양극화와 대결 양상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며 한국도 미국에 나토식 ‘핵 공유협정’ 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전술핵 재반입, 독자 핵개발 등 보수진영에서 주장했던 사안들을 재차 꺼내든다. 우 선임연구원은 이번 전쟁이 대만 같은 동아시아 내 문제와 한국의 연관성도 제기했다며 한국과 무관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미국이 생각하는 대만과 한국 등의 ‘반도체 동맹’에 적극 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미경중’ ‘전략적 모호성’ 같은 개념을 기회주의적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저자들의 기저에 깔린 생각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무기화하는 지금의 모습이나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고리 등에 관한 고민이 책에 들어가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