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잔혹사가 계속돼 최근 바이오업체들의 주가 회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13~14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최종 경쟁률이 14.4 대 1로 집계됐다고 18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공모가를 희망 범위(2만~2만 3000원) 하단보다도 20% 낮은 1만 6000원으로 결정했다.
이번 수요예측에 참여한 148개 기관 중 58.1%(86곳)가 희망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을 정도로 참여가 저조했다. 공모가 기준 회사의 시가총액도 기존의 2170억~2495억 원에서 1682억 원으로 줄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약효가 보다 오래 가도록 하는 기술인 ‘싸파(SAFA)’, 그리고 각 항원에 맞는 항체를 발굴하는 ‘항체 라이브러리’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덴마크계 제약사인 룬드벡과 약 54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업계는 에이프릴바이오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지 못한 배경으로 최근 잇따른 바이오 공모주의 부진과 연계해 해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암 진단 업체인 루닛도 이달 기관 수요예측에서 7.1 대 1의 경쟁률에 그쳤고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보다 32% 낮은 3만 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루닛은 일반 청약에서도 개인 투자가들의 관심을 끄는데 한계를 보인 가운데 오는 21일 코스닥에서 첫 거래에 나선다. 앞서 상장한 바이오 벤처기업인 보로노이(310210)(28.35 대 1)와 노을(31.5 대 1),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74.01 대 1) 등도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한 수요예측 경쟁률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근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코스피·코스닥 등에서 반등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한다면 IPO 시장에서 유독 바이오주의 '투심’이 얼어붙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공모주 시장에선 바이오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가 적고, 최근 분위기도 ‘바이오면 일단 패스한다’는 식” 이라며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우 기술 수출 규모에 비해 공모가 기준 몸값이 낮은 수준이어서 오히려 상장 이후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수요예측 결과를 발표한 정보기술(IT) 부품 업체 아이씨에이치(ICH)도 57.3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하단인 3만 4000원으로 결정했다. 에이프릴바이오와 ICH는 오는 19~20일 각각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과 삼성증권(016360)을 통해 일반 청약을 실시한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이달 28일, ICH는 같은 달 29일 코스닥 시장에 각각 입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