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낸 현대차(005380)에 대해 목표가를 일제히 올려잡고 있다. 당분간 자동차 수요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달러 강세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0조 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 순매수 역시 확대되는 분위기 속에서 최근 7개월간 지지부진했던 주가 흐름을 끊고 20만 원대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보다 2000원(1.06%) 오른 19만 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2월 3일(19만 1500원) 이후 약 5개월 반 만에 가장 높은 종가를 기록했다. 최근 주가는 6거래일 연속 하락 없이 질주하고 있다. 지난달 149억 원의 현대차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달 1037억 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켜졌다.
증권사들은 현대차의 질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 주가를 올려잡고 있다. NH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차의 목표 주가를 기존 24만 원에서 26만원으로, 신영증권은 기존 25만 원에서 28만 원으로, 유안타증권은 26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현대차증권은 26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노무라증권도 기존 27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올려잡았다. 증권가는 현대차가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 아래 목표가를 높이는 분위기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 시점 1개월 이내 기준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는 10조 1733억 원에 이른다.
증권가가 현대차의 올해 이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끊이지 않는 차량 구매 수요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이 늦어지면서 대기 수요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있지만 견조한 판매량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기 수요가 4개월치 수준인 120만 대가 쌓여 있어 여전히 높다”며 “하반기는 어려운 경기 환경을 가정해도 낮은 재고에 근거한 호실적 전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높은 수요와 함께 차량 가격을 올린 점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5월부터 차 가격을 2.4%(그랜저 캘리그래피 트림)부터 9.0%(투싼 프리미엄 트림) 올렸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기 수요인 국내 미출고 대수는 1분기 말 52만 대에서 2분기 말 64만 대로 증가했다”며 “견조한 수요가 가격 상승을 용인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가 고가 차종 중심으로 판매 믹스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점도 매출 대비 이익을 높이는 요소다.
예상치 않은 달러 강세도 호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환율 효과로 2분기 영업이익이 600억 원가량 증가했는데 3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더욱 치솟은 것이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평균 환율이 하반기 1300원 수준을 유지할 시 매출액 및 영업이익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 증시 대외 환경에 악재가 남은 점은 여전히 변수로 존재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원가 상승 부담이 하반기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며, 전쟁 및 코로나19 관련 정책 등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리스크도 남아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 가능성, 금리 상승에 따른 판매 부진 및 금융 부문의 대손 비용 발생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