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MBTI 빠진 한국 MZ세대…CNN "MBTI 회사조차 '과몰입' 우려"

"불안감 커지며 소속감 원하는 심리 탓"

"MBTI 일관성, 과학저 근거에 의문 많아"

"사람 사귈 때 의존하는 것은 우려스러워"

한 MBTI 테스트 화면 일부. 이미지투데이한 MBTI 테스트 화면 일부. 이미지투데이




한국의 MZ세대가 사람을 사귀는 데 성격유형 검사인 MBTI를 적극 활용한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하지만 MBTI 검사를 두고 일관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는 만큼 이 검사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2일(현지시간) CNN은 "MBTI는 1990년대에 직업 상담 도구로 인기를 끌다가 이제는 잘 쓰이지 않게 됐지만 최근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다시 얻고 있다"며 "한국 젊은이들은 자신과 지인들의 MBTI 유형을 알고 있으며 이를 특히 연애할 때 많이 사용한다"고 전했다.



대학생 윤모 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난 T(분석·논리적인 유형)와 맞지 않고 ESFP 유형과 잘 맞는다"며 성격이 잘 맞지 않는 유형과 데이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생 이모 씨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MBTI 유형을 먼저 밝힌다며 "(내가) ENFP라고 말하면 다들 나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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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MBTI의 인기가 많아진 이유를 두고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속감을 얻고자 하는 심리 역시 강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CNN에 "사람들의 불안감은 최근 커지고 있고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확실히 집단에 소속되면 덜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CNN은 치솟는 집값, 취업 경쟁 등의 상황에 내몰린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MBTI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MBT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 근거도 결여돼 있는 태도라고 지적한다. MBTI는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등 지표에 따라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영어 알파벳 4개의 조합으로 표현하는 성격 검사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여성들에게 쉽게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고안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브릭스-마이어스 모녀가 공식적인 심리학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MBTI 결과에 일관성과 정확성이 없다는 비판들이 제기돼 왔다. MBTI 유형이 사람의 행동과 선택에 영향을 미쳐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MBTI 유형에 맞게 행동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MBTI 업체인 마이어스-브릭스 컴퍼니조차 현재 한국의 MBTI 활용법에 주의를 당부한다. 마이어스-브릭스 컴퍼니의 아시아태평양 총괄인 캐머런 놋은 "(한국의 MBTI 인기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다"면서도 "자신과 잘 맞는 연애 상대방을 찾기 위해 MBTI 테스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놋은 "우리 모두 '반대에 끌린다'는 표현을 알지 않느냐"며 "MBTI 유형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파트너를 배제하는 것은 멋진 사람과의 흥미로운 관계를 놓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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