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중문관광단지가 특급 호텔들의 격전지가 됐다. 그동안 중문에서는 전통 강자 호텔롯데와 신라호텔이 굳건히 자리를 지켰으나, 최근 새로운 특급 호텔이 잇따라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제주도 관광객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호텔들은 수요를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2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22일 제주 중문에 고급 리조트형 호텔 ‘파르나스 호텔 제주’를 열었다. 파르나스 호텔 제주는 307개 객실 규모로 파르나스호텔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 이어 수도권 외에 선보이는 첫 번째 호텔이자 5성급 독자 브랜드다.
그동안 중문 관광단지는 공항에서 멀 뿐 아니라 호텔들이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호텔들의 리모델링에 이어 고급 호텔들이 속속 들어서며 핫 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특히 제주도는 팬데믹 기간에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젊은 관광객의 방문이 이어졌고, 이에 젊은 층의 취향을 반영한 변신 필요성이 호텔업계에서 컸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682만 6468명으로 지난해의 550만 1505명 대비 26% 늘었다.
중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중문해수욕장 주변에 관광명소와 호텔뿐 아니라 예쁜 카페나 음식점들이 들어서며 ‘핫플’이 됐다”며 “코로나 19 속에서도 매출이 꾸준히 유지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파르나스호텔은 서핑 성지인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110m 길이의 국내 최장 인피니티 풀을 갖춰 사계절 온수풀로 운영된다. 히든클리프 호텔 앤드 네이처는 인피니티 풀 파티로 유명해지며 젊은 여행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객실의 30% 가까이를 스위트 객실로 꾸미며 프리미엄 고급화를 표방한 그랜드조선 제주는 스위트 객실 전용 패키지를 앞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기존 중문의 터줏대감들도 변화를 꾀했다. 제주 호텔롯데는 젊고 트렌디한 공간으로 리뉴얼했고, ‘화산 분수쇼’ 자리에 야외정원 ‘제주 공원’을 조성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했다. 신라호텔 제주는 전기차 서비스 제공과 제주산 애플망고 빙수 판매, 현지 맛집과 연계한 사회공헌 서비스 등 지역사회와의 유대감을 기반으로 기획을 펼치고 있다.
엔데믹에 따른 해외여행 증가는 이 같은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가 종식될 경우 내국인의 호캉스 수요가 해외여행으로 분산될 수 있는 만큼 고객을 유인할 구매(숙박) 매력의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이 해외 관광객을 국내로 유입하는 효과도 있지만, 오히려 내국인의 수요가 해외로 갈 가능성도 크다”며 “각자 경쟁력을 내세워 내국인의 수요를 어떻게 잡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