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정유업계 수출액이 반기 사상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은 279억 5600만달러(약 36조 6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6%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2년 기록한 반기 수출액 최대치를 넘어선 기록이다. 2012년 정유업계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수출액 255억 달러와 277억달러를 기록하며 국가수출품목 중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정유업계의 수출 호황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출 단가 상승과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회복 및 석유 수요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는 수요 증가에 발맞춰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적극 대응하며 석유제품 공급이 부족한 호주, 필리핀 등 국가에 전략적으로 수출물량을 늘렸다.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전년동기 대비 75% 증가한 배럴당 126.6달러였다. 같은 기간 수출물량은 2억2090만배럴로 13% 늘었다. 특히 경유 수출단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불안으로 인해 135.2달러를 기록했다. 항공유는 수출액이 171.3%, 수출량이 40% 늘어 주요 석유제품 중 수출액과 물량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석유제품 수출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도 글로벌 정제마진 개선에 따라 배럴당 24.8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해 상반기 경영실적 호실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제품 수출액 기준 상위 5개 국가는 호주(16.2%), 싱가포르(12.2%), 미국(9.3%), 필리핀(9.0%), 중국(8.6%)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최대 수출 대상국이었지만 지난해 6월 이후 중국 정부가 경순환유(LCO)에 소비세를 부과한데다 올 상반기 상하이 봉쇄 조치 장기화에 따라 석유 수요가 감소한 여파로 대(對) 중국 수출이 급감했다. 반면 호주는 정제설비 중 절반이 폐쇄된 영향으로 지난해 5위에서 올 상반기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올라섰다.
다만 글로벌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수요감소, 정제마진 축소 및 유가 하락으로 이같은 수출 호황의 지속 여부를 낙관하기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계는 고유가와 전세계적인 석유수급 불안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제품 공급으로 국내 수급안정에 기여할 뿐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해외시장에도 적극 수출해 우리나라 석유산업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반기는 세계 경기침체 및 코로나 재확산 등 수출시장 불확실성 요소가 상반기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유업계는 우수한 정제역량을 바탕으로 고품질 제품 생산 및 수출지역 다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