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7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동맹이 끈끈해야 중국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마스터키(만능열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권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 및 대북정책 추진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비공개 조찬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연에 참석한 한 초선 의원에 따르면 권 장관은 대북 문제에 있어 중국을 '마스터키'라며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위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장관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함께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 설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2015년 주중 한국대사를 지냈다.
권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 강화로 한중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이 끈끈해질수록 중국과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동맹 관계가 느슨해질수록 한국이 미국 눈치를 살피느라 중국과 움직일 폭이 좁아지지만 한미 관계가 끈끈해지면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권 장관은 "미국이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중 간 협력을 용인하고 지지해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도 "권 장관이 '우리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가운데 북한을 향한 플랫폼인 중국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북한 내 코로나 확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중이 협력하는 상황을 (권 장관이) 예로 들었다"고 전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권 장관은 "동서독 관계를 참고해야 한다"고도 피력했다. 그는 "서독과 미국이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또 서독이 동독 정부와 동독의 시민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 장관은 검사 시절인 1992~1993년 독일연방 법무부에 파견돼 독일 통일 직후 동서독 통합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이후 독일 통일 과정을 연구한 ‘서독 기민·기사당의 동방정책’이라는 책도 직접 번역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남한으로 국한할 지, 한반도 전체로 계속 유지할 지에 대한 보수와 진보 간 의견이 갈린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이에 권 장관은 "독일 같은 경우 서독으로 영토를 국한 했지만 동독에서 넘어온 사람들에게 모두 여권을 지급했다"며 "우리나라도 혹시 영토를 남한으로 제한하더라도 탈북자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으로 인정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권 장관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북한인권재단에 대해 "법에 정해져 있는, 해야 할 일을 북한 눈치를 보며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으냐"며 야당을 설득해 조속히 출범해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