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TSMC·인텔, 섭씨 40도에도 증설 한창…애리조나 '사막의 新오아시스'로 인재 빨아들여

[창간기획 팍스테크니카, 인재에 달렸다]

<1> 생존을 위한 인재 전쟁-반도체 열기 뜨거운 애리조나 가보니

반도체 생태계 무한확장 속

200개 업체 산학협력 가속

매년 애리조나 주립대서만

5000명 이상 졸업생 배출

"인재 전쟁서 이기고 있다"

스콰이어스 공과대학장 자신

미국 애리조나 사막 위에 지어지고 있는 TSMC 공장의 모습/TSMC 제공미국 애리조나 사막 위에 지어지고 있는 TSMC 공장의 모습/TSMC 제공




카일 스콰이어스 애리조나주립대 공대 학장이 반도체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홍우기자카일 스콰이어스 애리조나주립대 공대 학장이 반도체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홍우기자



미국 애리조나주는 65%가 사막으로 이뤄진 황량한 땅이다. 6월이 되면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도는 찌는 듯한 더위에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콘크리트에 얼음을 섞어 새벽에 타설하는 특별 공법까지 동원될 정도다.

하지만 애리조나의 반도체 열기는 그 폭염만큼이나 뜨겁다. TSMC와 인텔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한 대규모 공장을 짓고 다양한 반도체 생태계가 뒤따르면서 이 사막으로 뒤덮인 지역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총 200개에 달하는 반도체 회사와 각종 산학 연계 프로그램에 힘입어 인근 공과대학으로는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든다. 카일 스콰이어스 애리조나주립대(ASU) 공과대학 학장은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는 삼성 공장이 있는 텍사스는 물론, 세계 어느 곳과의 인재 전쟁에서도 이기고 있다”며 “TSMC와 인텔의 확장은 애리조나의 인재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척박한 이 땅에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수십 년 전 일이다. 사막 도시 피닉스의 TSMC 공장 건설 현장에서 남쪽으로 불과 70여 ㎞ 떨어진 챈들러시에는 40년 전에 터를 잡은 인텔의 오코틸로 캠퍼스가 자리하고 있다. 당시 인텔의 반도체 공장 설립은 농업에 기반을 뒀던 이 지역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금은 이곳에서 일하는 반도체 인력만 1만 2000여 명에 달한다.



인텔은 현재 오코틸로 캠퍼스에 총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2개 라인을 신규 건설하고 있다. 기존 공장보다도 큰 규모의 라인 증설로 3000여 명의 추가 고용이 이뤄질 예정이다. 케빈 하트 챈들러시 시장은 “우리는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혁신 도시로 자리매김했다”며 “농업은 이제 박물관에 보존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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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에 TSMC의 미국 첫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윤홍우기자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에 TSMC의 미국 첫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윤홍우기자


인텔과 TSMC라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둘러싸고 장비 제조 업체, 화학물질 및 재료 공급 업체, 반도체 패키징 업체 등도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이미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 인근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디자인 회사 NXP를 비롯해 패키징 회사인 앰코 테크놀로지, 전력 반도체 세계 2위 기업 온세미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애리조나의 반도체 생태계가 확장하면서 이 지역 공과대학들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ASU는 각종 조사에서 미국 내 가장 혁신적인 대학교로 꼽힌다. 애리조나대, 노던 애리조나주립대에서도 반도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인재들을 배출하기 위한 산학 협력이 활발하다. TSMC·인텔 등과 대학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커리큘럼을 짜기도 한다. 대학 내 반도체 연구 시설들도 웬만한 기업 수준이다. ASU가 구축한 ‘매크로테크놀로지 워크스’는 반도체 연구를 위한 중앙 허브로, 이 안에는 클린룸을 비롯해 반도체 화학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맞춤형 공간들까지 구비돼 있다. 스콰이어스 학장은 “현재 2만 7000명인 등록 학생이 이번 가을 학기에는 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년 TSMC와 인텔 등에서 일할 수 있는 5000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반도체 기업들의 인력 수급이 원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만큼 인기 있는 직종이 아니다. 더구나 미국은 반도체 제조를 상당 기간 아시아 기업들에 의존해 왔기에 반도체 인력 양성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방정부와 주 정부도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신경제 이니셔티브’를 가동한 애리조나주 정부는 ASU 공과대학에만 16명의 교수를 충원하고 5곳의 과학 기술 센터를 설립해 인근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지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학뿐 아니라 미국 전역,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인재를 끌어오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 지역에서의 인재 영입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리조나=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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