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이름을 딴 다리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시에 생긴다. ‘인숙백브리지’로, 1981년부터 앵커리지시에 사는 백인숙(71·사진) 씨가 주인공이다. 전장 235m의 이 다리는 2008년 6차선으로 건립됐고 지금까지 이름이 없었다. 다리 이름의 명명은 올해 초 게란 타르 주 하원의원의 법안(HB 359) 발의로 시작돼 TV 생중계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최근 상원까지 통과됐다.
28일 앵커리지시에 따르면 시는 8월 7000달러(약 914만 원)를 들여 간판을 부착하고 명명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리 이름의 주인공인 백 씨는 부산 출신으로 1980년 미국 뉴욕에 이민한 후 이듬해 앵커리지로 이주했다. ‘마운틴뷰셸’ 주유소를 운영하는 백 씨는 매년 추수감사절에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선행을 베풀어 현지인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법안에는 “백인숙은 앵커리지 시민으로 이곳에서 40여 년을 살았다. 그는 한국전쟁 때 한국에서 가난하게 자랐고 미국에 이민해 가족들에게 더 나은 삶을 줬다”면서 “그는 앵커리지에 주유소를 여러 개 소유하고 있으며 매년 추수감사절에 푸드 트럭을 운영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많은 음식을 무료로 나눠줬고 그 일을 10년 이상 해왔다”고 소개했다.
앵커리지 데일리 뉴스는 지난해 11월 25일 보도를 통해 “백 씨는 추수감사절 만찬을 위해 900개의 접시를 준비했고 햄과 칠면조, 옥수수, 으깬 감자, 호박파이 등을 만들었다”며 “그는 이웃들이 음식을 먹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한다”고 전했다.
백 씨는 다리에 이름을 붙이겠다고 시에서 문의했을 때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는 “별로 잘한 일도 없는데 부담스럽게 다리에 이름을 붙이느냐.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하라고 사양했다. 아들이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니 그렇게 하시라고 해서 받아들였다”며 “우리 시에서는 아주 중요한 다리에 제 이름을 붙여져서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