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흩어져 있는 우주·방산 계열사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한다. 유사 사업군을 합쳐 경영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29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한화그룹 우주·방산 사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서 물적 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방산뿐 아니라 우주 분야 통합도 눈에 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모든 엔진을 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 발사체 엔진 기술과 ㈜한화 방산 부문이 가지고 있는 우주 발사체 연료 기술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기업 규모를 키우고 제품을 다양화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방산 부문 통합으로 각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육·해·공·우주 기술을 모아 2030년까지 글로벌 10위 종합 방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대량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또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호환 가능한 패키지’ 판매도 기대할 수 있다. 각 사가 보유한 글로벌 고객사를 활용해 수출 판로를 넓힐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항공우주 사업 육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그룹사 항공우주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컨트롤타워격인 ‘스페이스 허브’를 조직한 바 있다. 이번 통합에 따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 발사체 엔진 기술과 ㈜한화 방산 부문의 우주 발사체 연료 기술의 결합으로 기술력이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디펜스는 발사대 제조 등으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 가능하다.
수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방산과 한화디펜스는 호주·튀르키예(터키)·인도·이집트 등 8개국에 K9 자주포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에 장갑차를, UAE에 천궁 발사대 등을 수출해왔다. 이들 수출국을 더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개국에 달하는 수출 길을 한 번에 확보하게 된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는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는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해 ‘㈜한화/모멘텀(옛 한화 기계 부문)’의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도 흡수합병한다. 이를 통해 ㈜한화는 소재·장비 및 인프라 분야로 사업을 전문화할 계획이다. 기존 ‘한화/모멘텀’의 2차전지, 태양광 등 공정 장비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에다 한화정밀기계의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장비 등의 사업이 더해져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공정 장비 분야의 전문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계획이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한다. 가스터빈 개조 기술, 수소 혼소(혼합 연소) 발전 기술에 강점을 가진 한화임팩트와 산업용 공기·가스압축기 등 에너지 장비 전문 기업인 한화파워시스템 간의 기술 협력으로 차세대 혁신 발전원을 개발한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12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8%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조 671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9%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