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애플과 아마존 실적이 예상을 웃돌면서 강세를 보였습니다. 나스닥이 1.88%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2%, 0.97% 뛰었는데요. 주요 지수는 2020년 이후 최고의 한달을 보냈고 애플(3.28%)과 아마존(10.36%) 주가도 날았습니다.
이날 경제지표는 좋지 않았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6월에 전년 대비 6.8% 올라 시장 전망치(6.7%)를 웃돌았죠. 인건비도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애플과 아마존이 끌고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가 겹쳐 랠리가 나왔는데요. 오늘은 물가와 급여, 연준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립금리, 그리고 베어마켓 관련 논쟁을 살펴보겠습니다.
“파월 중시한 ECI 1.3%↑ 월가 전망 웃돌아”…“소비는 아직 견고하나 둔화. 양날의 칼 측면도”
이날 물가와 관련한 주요 지표 2개가 나왔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고용비용지수(ECI)인데요.
우선 ECI부터 보겠습니다. 미 노동부가 내놓은 2분기 ECI가 계절 조정 기준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는데요. 이는 시장 예상치(1.1%)를 넘어섭니다. 전년 대비로는 5.1% 올라 1분기(4.5%)보다 상승폭이 커졌는데 이는 2002년 1분기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입니다.
ECI는 급여와 복리후생을 더한 인건비 정도로 보면 될 텐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라고 했지요. 임금의 경우 ‘급여상승→기업 부담증가→제품 가격인상→급여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런데 ECI가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죠. 파월이 중시한 지표가 악화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2분기 고용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연준의 더 공격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합니다. 파월도 이를 인정했죠. 미국의 5월 구인건수는 1130만 건으로 취업자는 650만 명 수준입니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실업률 증가에 따라 임금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여기에는 시차가 있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렌트비가 주택가격에 후행하듯 임금도 한바퀴 돌아야 멈출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연이은 이직을 통해 급여를 올려달라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리처드 무디 리전스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상당히 빠른 노동비용 증가를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하나의 지표인 PCE도 생각보다 나빴습니다. 6월 PCE는 전년보다 6.8%, 전월 대비 1.0% 상승했죠.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CE도 전년 대비 4.8%, 전월보다는 0.6% 상승, 예상치보다 모두 0.1%p씩 높았습니다. 근원 PCE는 전월 대비로 보면 5월 0.3%p에서 0.6%p로 그 폭이 더 커졌는데요.
PCE는 앞서 나온 6월 CPI에서 대략의 상황을 파악했고 9.1%라는 숫자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느낌이 덜하지만 여전히 인플레 문제가 쉽지 않다는 증거를 분명 보여줍니다.
물론 7월에는 헤드라인 물가가 떨어졌을 겁니다. 휘발유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죠.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 전역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255달러로 6월14일의 최고치(5.016달러)보다 15.1% 내렸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시장에서 기대하듯 충분히 떨어지느냐 하는 겁니다. 이것이 핵심이죠. 뉴욕타임스(NYT)는 “파월 의장은 9월에 어떻게 할지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았지만 매우 빠른 물가상승과 임금상승의 결합은 연준을 인플레이션 퇴치모드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7월 헤드라인 인플레 수치는 낮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소비는 견고하나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6월에 1.1% 상승해 5월(0.3%)보다 꽤 높았지만 물가를 고려한 숫자는 0.1%에 그쳤습니다. 5월(-0.3%)보다는 낫고 플러스이지만 인플레이션이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이 분명한 것이죠.
서머스, “2.5%가 중립이라는 건 말이 안 돼”…“현 금융시장 상황 연준에 불리할 수도”
실제 앤드류 헌터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큰 그림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소비증가세가 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가격급등과 소비자의 실질 소득하락이 지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듯 소비와 미국 경제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겁니다.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을 두고 소비가 강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날 어닝을 미스한 프록터앤갬블처럼 소비감소를 전망한 업체들도 적지 않습니다. 퀄컴도 그렇죠. 존 몰러 P&G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역풍은 실제(real)”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소비가 상당히 강하다는 소식은 경기침체를 피하면서 금리인상은 견뎌내는 연착륙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긴축이 충분한지에 대한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이날 블룸버그TV에 지금 금리 수준(2.25~2.5%)가 중립에 가깝다는 파월 의장의 생각에 “지금 같이 팽창하는 경제상황에서 2.5%가 중립에 가깝다는 건 가능한 얘기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는데요.
그는 “그 생각(지금이 중립금리 근처라는)은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문제를 만들 게 희망적인 생각과 비슷한 종류”라며 “경기침체를 겪지 않고 지금처럼 높은 인플레이션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최소 4% 이상은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립금리란 물가를 더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수준인데요. 금리인상 논의에서 중요합니다. 파월이 지금이 중립에 가깝고 조금 더 제약적인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한 만큼 지금이 중립이라면 조금만 더 금리를 올리면 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를 희망사항으로 치부한 겁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최소 5%가 넘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는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파월의 말대로 우리가 지금 중립 근처에 있다면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그러나 내 감으로는 중립은 더 위에 있다”며 “최소한 0.5%p는 더 높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내려갈 수 있겠지만 근원 인플레는 훨씬 더 끈적거릴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하나 더 따져볼 부분은 자산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 금융시장 긴축에 관한 말도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소비가 강하고 경기침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인플레이션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는 수요를 더 줄여야 한다(추가 긴축)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랜달 퀄스 전 연준 부의장은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반드시 둔화해야만 한다”고 했는데요.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지금처럼 경기와 관련해 엇갈린 신호가 나오는 전환기적 상황에서는 고민거리가 많아지는 대목입니다. 30년 만기 모기지 대출금리 평균이 27일 연 5.54%에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GDP 자료가 나온 28일에는 5.22%로 떨어졌는데요. 물가와 수요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장기금리가 침체 우려에 거꾸로 가는 겁니다. 도이치뱅크는 “7월 FOMC 이후 금융시장이 실질적으로 완화한 것은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연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이는 앞으로 몇 주, 몇 달의 경제상황 변화에 달려있으며 9월 미팅 전 두달 간 나올 자료는 방향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에 의존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습니다.
“올해 베어마켓 끝나 CPI 6개월 내 2% 밑으로” vs “베어마켓 랠리 곧 끝날 것”
이제 시장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생각보다 나빴던 ECI 지표와 중립금리 논쟁과 별도로 이날도 시장은 크게 올랐죠.
기본적으로는 어닝이 주요 역할을 했습니다. 마리너 웰스 어드바이저의 팀 레스코는 “시장이 어닝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을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는데요. 로스 메이필드 배어드의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진로 방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강세론자 사이에서는 이제 베어마켓이 끝났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펀드스트랫의 글로벌 어드바이저인 톰 리는 “최근 상황은 바닥에 왔다는 신호이며 증시는 연말까지 새로운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는 “선행지표를 보면 CPI가 6개월 내 2% 밑으로 내려올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톰 리는 2020년 4월 팬데믹에서의 증시 회복을 가장 먼저 점친 이들 중의 한 명인데요. 올 상반기에는 그의 예상과 달리 고전을 했었죠. 뉴에지의 롭 세찬도 “7월 FOMC는 불안정한 경제상황에 따른 연준의 부드러운 피봇(soft pivot)이었다”며 “우리는 헤드라인 인플레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확신하며 시장에 대한 입장은 조심스러움에서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것으로 바꿨다”며 전했습니다.
반면 그렇게 보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픽테트 자산운용의 루카 파올리니는 “우리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우리는 이제 침체의 시작에 있다”며 “어닝이 상당히 내려갈 것으로 보며 지금 축하포를 터뜨리기보다는 좀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마찬가지입니다. BofA는 이날 “7월의 랠리를 믿지 않으며 팔아야 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베어마켓 랠리로 본다”고 단언했습니다. 한번 노동시장이 꺾이기 시작하면 침체 우려에 채권이 주식을 능가할 수 있다는 건데요.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움직임과 관련해 도박을 하고 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내용을 전하기도 했죠.
엘 에리언 고문은 침체 가능성과 연계해 봅니다. 그는 “앞으로 핵심적인 논의사항 2가지는 경기침체에 빠지면 그 정도가 얕을 것이냐 깊을 것이냐와 인플레가 얼마나 내려갈 것이냐는 점”이라며 “우리가 심각한 침체에 들어간다면 연준은 멈춰야만 한다. 만약 당신이 깊은 침체를 걱정한다면 위험자산을 지금 사면 안 된다. (침체가 본격화하면) 더 나은 가치로 살 수 있다”고도 했는데요.
기업 어닝과 별도로 거시경제 요인만 놓고 보면 ‘소비 견고+경기침체 없음=인플레 우려’, ‘소비와 물가둔화=침체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이를 잘 뚫고 인플레는 잡으면서 경제도 지켜낼 방법이 있지만 파월 의장의 말대로 그 길이 좁아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금은 매일이 아니라 주단위로 더 넓게 시장 움직임을 파악하려고 한다”고 했는데요. 9월 FOMC 때까지 2번의 물가와 고용지표가 남았고 어떤 데이터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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