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25개 기업과 협약 맺고 실무교육…"원하면 100% 취업"

[팍스테크니카, 인재에 달렸다]경북식품과학마이스터고 가보니

기업 설비와 똑같이 실습실 마련

3학년 마치면 즉시 현장투입 가능

전문화된 교사·전원기숙사 등 강점

입학 지원자 늘고 수준도 높아져

경북 영천의 경북식품과학마이스터고 실습실에서 19일 교사와 학생들이 첨단 장비를 이용한 약품 분석 실습을 하고 있다. 영천=권욱 기자경북 영천의 경북식품과학마이스터고 실습실에서 19일 교사와 학생들이 첨단 장비를 이용한 약품 분석 실습을 하고 있다. 영천=권욱 기자




“분석 결과 그래프가 이렇게 뭉뚝하게 나왔다는 것은 타이레놀이 묽게 녹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에요. 이 때문에 마이크로피펫으로 정확한 용량을 측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름방학을 코앞에 둔 19일 경북식품과학마이스터고 분석 실습 교실. 정선옥 교사가 교복 위에 하얀 실습복을 입은 3학년 학생들에게 고속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기기 사용법을 지도하고 있다. 소염 진통제 타이레놀의 아세트아미노펜 함량을 측정하는 과정을 통해 장비 이용법을 숙달하는 과정이다. 일주일에 4시간 이 실습을 거치면서 제약사의 의약품 품질관리(QC) 업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

정 교사는 “취업 목표인 기업의 생산·연구 시설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설비 그대로 실습실을 마련했다”며 “3학년 정도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이 돼 70~80% 정도는 여름방학께 채용이 연계된 현장 실습(인턴)에 합격한다”고 말했다.

8월 말부터 대웅제약 현장 실습을 나가는 길영현 학생은 “환경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고 실무처럼 일지도 작성한 실습 경험이 인턴 확정에 도움이 됐다”며 “바이오 분석, 분리 정제, 제형 제제 등 다양한 실습 과목을 배우면서 어느 회사에서 어떤 직무를 하는 게 적성에 맞을지 알아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국에 총 4개 설립된 제약·바이오 관련 마이스터고 중 가장 최근인 2018년부터 신입생을 맞은 경북식품과학마이스터고는 100%에 가까운 취업률을 자랑한다. 1기 졸업생 57명 중에는 56명이, 2기는 52명 중 5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 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곧바로 교육 과정에 반영해 전문 인력을 양성한 우수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기승 대웅제약 인사팀장은 “바이오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제약 업계에서 필요한 의약품 제조,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실무 교육 등을 수료해 우수한 역량을 갖췄다”며 “이러한 우수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산학 협력 과정에 참여해 학생들을 적극 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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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산학협력실 벽면에는 3학년 57명에 대한 각각의 이름과 함께 현장 실습부터 서류·필기·면접까지 스케줄이 빼곡하다. 김바다 교사는 “한미약품·대웅제약·지씨셀·코오롱바이오텍 등을 비롯해 바이오벤처까지 학교와 협약을 맺은 25개 기업이 올해만 80여 명을 원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기본 역량만 입증하면 전원 취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취업에 집중된 커리큘럼과 전문화된 교사, 최신식 설비, 전원 기숙사 시설 등이 강점이다. 한 대에 8000만 원에 달하는 HPLC 기기 5대를 비롯해 8개 실습실에 78종 182개의 실습 장비을 갖췄다. 2017년부터 기반 구축비로 교육부에서 10억 원, 경북교육청에서는 2년간 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해외 연수, 외부 교육 등 교육 활동비로도 경북교육청에서 3년간 26억 원, 영천시에서는 3억 원을 확보했다. 매년 2명의 교사를 6개월간 오송바이오산업단지에 파견해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토익 890점을 받아 우수 인재로 선발돼 올 6월 미국 샌디에이고 ‘바이오 USA’ 컨벤션을 참관한 3학년 김사랑 학생은 “당시 여권을 처음 만들 정도로 해외 경험은 별로 없었지만 학교 커리큘럼을 따르니 영어 실력과 함께 ‘취업 스펙’도 완성됐다”며 “바이오 품질보증(QA) 직무로 취업할 좋은 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기대감에 입학 지원도 늘고 학생들의 학력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김 교사는 “영천 거주민은 전체 학생의 10% 이하이고 전국에서 중학생들이 몰려 경쟁률은 1.7 대 1가량”이라며 “지난해 직업기초능력평가 결과 전체 5등급 중 1·2등급 학생이 70%를 넘길 정도로 지역 내 전문계고 중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이 고향인 3학년 이승현 학생은 “구미전자공고와 비교해 진학을 고민했는데 의약품 품질관리 직무에서 적성을 찾았고 만족스러운 회사로의 취업도 예정돼 있어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 됐다”고 웃어 보였다.

내년에는 커리큘럼을 실습 중심으로 더 강화한다. 2019년 첫 시행된 바이오화학제품제조산업기사 자격증을 교과과정에서 취득할 수 있게 하고 외부 실습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미정 교장은 “산업기사 자격증을 학교 교육과정과 함께 딸 수 있다면 전문대나 4년제 대학 졸업생보다 2~4년은 빠르다는 장점이 생긴다”며 “학생들이 동물실험과 같은 현장 실무를 더 경험할 수 있도록 연구기관·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천=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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