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3분기 D램값 5%이상 하락…美 반도체법에 中 투자제한 우려도

■심층분석-한국 반도체 ‘첩첩산중’

D램 거래價 이달만 14% 꺾였는데

3분기 또 낸드 등 전망도 밝지 않아

반도체법·칩4 對中견제 강화까지

美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韓

거대한 中시장 잃을라 ‘전전긍긍’


한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올 하반기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미국이 반도체법과 ‘칩4 동맹’을 앞세워 대중(對中) 견제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대책 회의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손에 들고 있다.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대책 회의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손에 들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대만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D램의 고정 거래 가격이 이달에만 14%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7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전달(3.35달러)보다 14.03% 하락한 평균 2.88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2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인 동시에 2020년 이후 처음으로 2달러대로 떨어진 것이다.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2분기 대비 각각 5~10%, 8~1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PC D램 구매자들의 재고가 충분하기 때문에 7월 가격이 하락했다며 8월과 9월에도 고정 가격이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D램 현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PC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 우려 속에 제조사들이 (메모리) 재고 조정에 나설 경우 코로나19 특수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올 하반기 실적이 꺾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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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업체가 맞닥뜨린 지정학적 상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반도체 법안과 칩4 동맹을 지렛대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탈(脫)중국’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으로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 규모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우선 7월 28일(현지 시간) 미 하원에서 최종 통과된 ‘반도체 칩과 과학(CHIPs)’ 법안에는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country of concern)’에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법안은 중국을 견제하고 미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800억 달러(약 364조 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지원을 받는 기업은 중국 투자에 큰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공정에서 칩을 생산할 수 없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이 법안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양 사는 미국에서는 세액공제 등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고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메모리반도체 패키징 제조 시설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에도 반도체 공장을 둔 두 업체는 현지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추진하는 칩4 동맹 또한 중국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칩4는 한국과 미국·일본·대만 등 4개 국가가 모여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인재 양성, 연구개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을 주요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을 적극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중국 당국은 칩4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칩4에 가입할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 정부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칩4 가입 여부를 놓고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은 필수적이지만 자칫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잃을 수도 있어 섣불리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구조상 생산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고 수요와 관련해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다수의 반도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자국 기술 통제로 외국의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는 최악의 경우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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