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中, 보조금 퍼부으며 반도체 등 자급자족…대중적자 고착화하나

■對中 수출 비상

中, 기술굴기 앞세워 전방위 공세

석유화학 등 자급률 갈수록 높여

對中 디스플레이 수출 34% 급감

中 성장 둔화로 추가 악화 가능성

"상호 협력 속 다변화 정책 병행을"





‘30년 만의 석 달 연속 대(對)중국 무역적자, 14년 만의 넉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무역적자.’



정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동향’은 ‘역대급’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안 좋은 지표가 여럿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간 기준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중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표는 ‘대중 무역적자’다.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인 에너지원 가격 급등은 글로벌 수급 불안이 해결되면 어느 정도 해법을 찾을 수 있지만 대중 무역적자는 10년 넘게 지속된 ‘중국 기술 굴기’의 결과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업종별 특화 지원안을 비롯해 규제 개선, 현장 애로 해소 등을 총망라한 종합 수출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지만 대중국 적자 확대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대중국 품목별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무역수지 악화 기조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대중국 무역에서 수출 감소 폭이 가장 컸던 품목은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3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4.1% 줄었다. 중국은 2003년 한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제조 업체인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기술·인력 빼가기와 묻지 마 지원금 등으로 기술력을 빠르게 업그레이드시켰다. 현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한국의 미래 디스플레이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옴디아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41.5%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한국(33.2%)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한국의 대중국 주력 수출 품목에서 디스플레이가 수년 뒤 삭제될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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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중국 석유화학 수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4.1% 줄어 12억 2000만 달러에 그쳤다.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내 수요 초과로 파라자일렌(PX) 같은 석유화학제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PX 자급률이 10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방의 제재로 수출 경로가 막힌 러시아로부터 중국이 값싼 원유를 수입한 뒤 이를 원료로 다량의 석유화학제품을 값싸게 양산할 경우 한국 기업의 관련 제품 수출도 힘들어질 수 있다.

그나마 7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어난 39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수입액은 2018년 1232억 달러에서 지난해 1225억 달러로, 같은 기간 메모리반도체 수출입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폭은 792억 달러에서 463억 달러로 각각 줄었다. 중국이 자체 조달하고 있는 반도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낸드플래시 업체인 YMTC,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인 SMIC, D램 제조 업체인 창신메모리 등은 반도체 굴기의 대표 주자들이다. 미국이 14㎚(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지만 중국도 만만찮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SMIC는 특허침해 등 각종 방법을 총동원해 최근 7㎚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중국 수입 규모는 1년 전 대비 가파르게 늘었다. 대중국 반도체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1% 늘어난 것을 비롯해 일반 기계(14.4%), 컴퓨터(6.4%), 섬유(25.6%) 등 중간재와 완제품을 가리지 않고 고루 수입이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 하락으로 대중국 수출 규모가 더 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2.5%로 1년 전과 비교해 뒷걸음질 쳤으며 4월(-3.4%)과 6월(-0.8%)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4.4%에서 3.3%로 낮췄고 한국은행도 3% 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및 ‘칩4 동맹’ 출범 등으로 한중 무역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해법 찾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탈(脫)중국’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보다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측면에서 중국과 상호 협업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국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욱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수출이 잘돼야 한국도 수출이 늘어나는 등 한중 간 경제구조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양철민 기자·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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