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저가 공세에 中 글로벌 점유율 60%…니로 EV도 '중국산 배터리' 장착

[차이나 공습에 흔들리는 K미래산업]

<1> 韓 배터리 점유율 역주행

상반기 中 배터리 투자액 114조

CATL 만으로 시장 점유율 34%

K배터리 3사 합쳐도 26%로 밀려

북미·유럽 보급형 전기차 확대로

값싼 중국산 입지 갈수록 넓어져

현대차, 울산에 전기차 공장 설립

稅혜택 등 배터리 지원 정책 절실


중국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경쟁이 가장 치열한 첨단 분야인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이 패권을 거머쥐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마저 중국의 입지가 점차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K배터리가 안방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정부의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일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34%로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 상승했다. 3위 사업자인 중국 비야디(BYD) 또한 12%로 같은 기간 5%포인트 올랐다. 이를 포함해 세계 10위권 배터리 사업자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6%에 달했다. CATL·비야디를 비롯해 CALB(7위), 궈쉬안(8위), 신왕다(Sunwoda·9위), 펑차오에너지(SVOLT·10위) 등 6개 업체가 포진했다.



반면 올 상반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총 점유율은 26%로 지난해 같은 기간(35%) 대비 9%포인트나 떨어졌다. 세계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한 14%를 기록했다. 삼성SDI(6위)는 6%에서 5%로 낮아졌고 SK온(5위)만 5%에서 7%로 올랐다.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을 다 합쳐도 CATL보다 뒤떨어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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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한국 배터리 산업 간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일정 부분 중국산 배터리를 공급받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차 회사들 위주로 중국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중저가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점차 채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은 대규모 배터리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매체 전지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착공한 배터리 관련 공장은 85개에 달했다. 이 중 투자 규모가 공개된 81개 공장의 총 투자액은 5914억 위안(약 114조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공세는 국내 전기차 시장으로도 향하고 있다. CATL은 6월 출시된 기아 신형 니로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이 시급한 쌍용자동차는 비야디와 전기차 배터리 개발 계약 및 배터리 팩 자체 생산을 위한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쌍용차는 내년 출시하는 신형 전기차에 비야디와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 밖에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CATL과 셀투팩(CTP)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셀투팩은 배터리 셀을 패키지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모듈 비중을 크게 줄여 패키지 내부에 더 많은 배터리 셀을 배치하는 기술이다. CATL의 셀투팩 기술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매서운 공세는 한국 보조금 정책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정부가 보급형 차량을 육성하기 위해 구간별 전기차 보조금 지원 상한액을 낮추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중국 배터리 비중을 늘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 기준은 6000만 원 미만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이 기준이 5500만 원 미만으로 줄면서 지난해보다 500만 원 내려갔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중국과 달리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우대 혜택이 따로 없다. 중국에서는 자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한국전기차협회장)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중국 배터리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관건은 한국에 새로운 배터리 공장이 설립되는지 여부다. 울산에 들어설 현대차 신규 전기차 공장 인근에 신규 배터리 생산 거점이 설립될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총 사업비 2조 원을 투자해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2023년 착공해 2025년 완공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SK온 외에 CATL로 배터리 공급선을 다변화함에 따라 특정 업체와 손잡고 국내에서 배터리 공장을 지을 유인이 떨어졌다”면서 “한국보다는 북미 등 해외시장에서 현대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업체 간 합작 공장 설립이 우선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한국에서는 기존 생산 거점에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라인을 증설하는 쪽으로 국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체 간 협업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보조금을 차별해 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보니 한국 정부도 자국 우대 정책을 세우기 쉽지 않다”면서 “직접적인 전기차 보조금 정책보다는 국내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 간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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