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미국 1위 석유 업체인 엑손모빌이 2020년에 224억 달러(약 25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엑손모빌이 코로나19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적자를 냈다는 뉴스에 전 세계는 경악했다.
‘미국의 석유왕’으로 불리는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1870년 미 중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설립한 ‘스탠더드오일’이 엑손모빌의 시초다. 스텐더드오일은 정유 관련 업체들을 인수합병(M&A)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갔고 1882년에는 미국 내 정유소의 95%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나 1911년 미 연방대법원이 반독점법에 따라 해체를 명령하면서 34개 독립 회사로 분할됐다. 록펠러는 이 가운데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뉴저지스탠더드오일’을 맡게 됐다. 이 회사는 1919년 남미 사업을 시작했고 1948년에는 중동 시장에도 진출했다. 회사명을 ‘엑손(Exxon)’으로 바꾼 것은 1972년이다. ‘뉴욕스탠더드오일’도 1911년 분할된 기업들 중 하나다. ‘모빌(Mobil)’은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였다. 모빌의 인지도가 높아지자 1966년 사명을 아예 ‘모빌오일’로 바꿨다. 엑손과 모빌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성장했다. 그러던 1999년 11월 세계 1위 엑손이 세계 4위 모빌오일을 전격 인수했다. ‘석유 공룡’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엑손모빌의 순이익이 올 2분기에 무려 178억 달러(약 23조 원)에 달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끈다. 분기 순이익으로 역대 최대이며 1년 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엑손모빌의 잉여 현금 흐름은 4년 만에 빅테크 대표 기업인 알파벳을 앞질렀을 정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광물 및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각각 94%, 95%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주요 원자재 가격 및 유가 폭등으로 4월 이후 넉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 확보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물론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前) 정부에서 후퇴한 해외 자원 개발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한편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