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가공업계 "인건비·기름값이라도 반영해야"…'밀크플레이션' 덮치나

■ 우유 가격 기습인상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갈등 속

유가공업체 도미노 인상 가능성

빵 등 외식물가 폭등 트리거 우려

편의점 가공유 매대. 사진 제공=BGF리테일편의점 가공유 매대. 사진 제공=BGF리테일






유가공 업체들이 원부자재값을 이유로 원유(原乳) 가격과 관계없이 도미노 인상에 나서게 되면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흰 우유나 생크림 등을 취급하는 카페와 베이커리 전문점도 덩달아 메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는 물론 외식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한국유가공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해외와 달리 원유 운송비를 생산자가 아닌 유가공 업체들이 부담하고 있다. 지난해 ℓ당 평균 운송비는 약 26원이다. 서울우유·매일유업 등은 낙농가에 ℓ당 운송비를 포함해 총 1130원을 지급하고 원유를 가져와 우유로 가공한다. 문제는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운송비가 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공협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ℓ당 운송비가 40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종이 팩과 빨대, 인쇄 비용 등도 오르는 추세다.




대부분의 국내 유가공 업체들은 원유값이 변동되는 8월에 인건비·물류비 인상분을 반영해 가격을 올려왔다. 서울우유의 경우 지난해 약 3년 만에 ℓ당 원유 가격이 21원 오르자 우유(1ℓ) 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200원 인상했다. 그러나 올해는 낙농가와 유가공업계 간 갈등으로 원유 가격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푸르밀과 연세우유·서울F&B 등이 이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부 가공유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 유가공 업체 관계자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인건비·운송비 인상분만이라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출산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국내 유가공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 역시 가격 인상을 서두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유가공협회에 따르면 회원사들은 2020년 기준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백색 우유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외식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공 업체로부터 사오는 흰 우유와 생크림 가격이 인상되면 메뉴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우유 가격이 오르자 엔젤리너스와 커피빈 등은 커피류 가격을 5~10% 인상한 바 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이미 올해 초 가격을 올린 상황에서 한 차례 더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의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일단 원유 가격이라도 잡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음용유와 치즈·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 가공유의 단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낙농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낙농가에서 완강히 거부하면서 지난달 28일 자로 관련 논의 자체를 중단한 상황이다. 정부가 손을 놓은 사이 대형 유가공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빙그레는 대표 아이스크림인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가격을 전날부터 20%씩 인상했다. 국내 유업계 1위 서울우유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각종 원부자재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