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한 남성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아름답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나이지리아 출신의 노점상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고 결국 이 노점상은 숨진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줬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가디언 등 외신은 이달 30일 상인을 살해하고 피해자의 휴대폰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이탈리아 남성 필립보 팔라초(32)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전날(29일)팔라초가 치비타노바 마르케 지역에서 물건을 팔던 노점상 알리카 오고르추크우(39)의 목발을 잡아 넘어뜨린 뒤 그를 폭행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공격받는 모습은 당시 현장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과 주변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용의자가 피해자를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제압하는 모습이 찍혔지만, 범행을 제지하기 위해 개입한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이 영상이 현지 언론과 SNS를 통해 확산하자 범행을 제지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영상만 찍은 목격자들의 무심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민자 협회 관계자 아만자는 피해자 오고르추크우가 두 자녀를 둔 아빠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일에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또 아만자는 오고르추크우가 가해 남성과 동행한 여성에게 "아름답네요"라고 말했다가 격분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만자는 “근처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그들은 멈추라고 말하면서 촬영만 했을 뿐 아무도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고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비극적”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길거리에 설치된 CCTV를 이용해 가해자 팔라초의 동선을 추적했고 그는 살인 및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피해자의 아내를 비롯한 현지의 나이지리아 공동체와 이 사건에 분노한 이탈리아인 수백 명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치인들도 소속 정당의 이민 정책과 무관하게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포용적 이민정책을 추구하는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을 이끄는 엔리코 레타 당수는 트위터에 "경악스럽다"며 "전례 없는 흉포함, 널리 퍼진 무심함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자에 적대적인 극우 정당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도 "안전에는 (피부)색깔이 없다"며 가해자의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