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KIC)가 차기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에 나선 가운데 내부 출신인 이훈 미래전략본부장이 유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KIC가 내부 출신 CIO를 선임하는 것은 2012년 이동익 전 CIO 이후 10년 만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C 운영위원회는 최근 CIO 최종 후보들에 대한 내부 논의를 완료하고 이훈 본부장을 1순위로 선정했다. 공직자 및 공직 유관기관의 인사 검증을 맡고 있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을 통과하면 이 본부장의 임명이 확정될 전망이다. 박대양 CIO의 임기가 4일 만료되는 만큼 조만간 인사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앞서 KIC는 지난 5월 CIO 채용 공고를 내고 서류 평가와 면접 심사를 진행해 최종 후보로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행정공제회 전 CIO)과 이 본부장 등으로 압축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NH투자증권(005940)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의 리서치센터에서 활약하며 수차례 지주사 부문 등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될 만큼 한국 재계 현황과 투자 상황 등에 정통하다. 그는 이후 2014년 KIC 내부에 전략리서치팀이 신설되자 팀장을 역임하며 기업분석실장 등을 지냈고 자산배분팀장과 운용전략본부장 등을 지내며 투자 활동 범위를 넓혔다.
현재는 진승호 KIC 사장이 관심을 쏟고 있는 미래전략 수립과 통합 포트폴리오 수립 및 점검, 국내 금융산업 발전 지원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미래전략본부를 이끌고 있다. 진 사장이 이 본부장에 대한 신뢰가 강해 이번 CIO 선임에도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KIC는 지난해 총 운용자산(AUM)이 2050억 달러(약 244조 원)에 이르는 세계 14위권 국부펀드다. 지난 2006년 10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투자를 시작으로 설립 16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운용자산 2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편 KIC가 이 본부장을 CIO로 임명하면 최근 큰 손 기관들이 잇따라 내부 출신을 최고투자책임자로 발탁하는 사례와 맞물려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1월 신임 CIO로 30년간 교직원공제회에 몸 담으며 대체투자부장과 사업운영부장 등을 역임한 박만수 전 금융투자부장을 선임했으며, 과학기술인공제회 역시 지난 5월 내부 출신인 박양래 리스크관리센터장을 CIO로 임명했다. 박양래 CIO 역시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부동산·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실물투자실장과 자산운용본부장을 거치며 전문성을 쌓았다.
IB업계는 올 초부터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위기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며 글로벌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는 등 투자 환경이 급변하자 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안정적인 자산 운용이 가능한 내부 출신 전문가들이 중용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