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 둘째 날인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직접 찾는다. 펠로시 의장이 내놓을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앞서 펠로시 의장은 김진표 국회의장과 처음으로 회담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는 별도로 회동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국회와 주한 미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4일 오후 JSA를 방문할 예정이다. 펠로시 의장은 JSA에서 임박한 북한의 제7차 핵실험 및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강경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도 점친다.
이보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같은 날 오전 대사관 관계자들과 협의한 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해 김 의장과 양자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두 의장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협력 방안과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문제, 기후위기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50여 분간 논의한다. 회담 후에는 언론 공동발표 행사를 가진 뒤 국회 사랑채에서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펠로시 의장은 30여 년간의 정치 활동 내내 자유·민주·인권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한 대북 전문가는 “야당이 불편해하는 얘기가 쏟아져나올 것 같은데 (김 의장이)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아시아 순방 마지막 국가인 일본으로 향하기 전 오산기지를 찾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도 면담한다. 주한미군도 격려할 예정이다. 5일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조찬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윤 대통령과의 회동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휴가(이달 1~5일)와 펠로시 의장의 방한 일정이 겹쳐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이 4일 펠로시 의장을 만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오늘 오전 브리핑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보도에 혼선이 없기를 바란다”며 최종적으로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회동을 위한) 조율 과정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과 윤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 데 대해 여당 일각에서도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은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 등 한미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데 윤 대통령이 미국에서 온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느냐”며 “추후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날 경우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얻기 힘들다는 신중론도 정치권에서 적지 않다. 우리 외교 당국은 한미 동맹 강화 기조에 힘을 실으면서도 한중 관계 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