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양광을 비롯한 친환경 산업 지원 법안의 통과가 가시화하면서 한화솔루션(009830)이 대미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 1위 업체로 급성장하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투자는 오랫동안 친환경 사업을 진두지휘한 김동관(사진) 사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5월에 발표했던 미국 태양광 공장 건설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장을 설립할 부지 선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앞서 미국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해 1.4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투자 규모가 상향될 경우 최소 3.1GW의 모듈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현지 최대 제조사로 올라서게 된다. 한화솔루션은 이미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미국에서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폴리실리콘을 보다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현지 생산업체인 REC실리콘에 약 2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이 투자 규모 확대를 검토하는 것은 최근 미국에서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가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미국의 기후대응 및 관련 공급망 구축에 10년간 48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동안 반대해오던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이 법안은 이르면 이달 중 상·하원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들도 큰 수혜를 입게 됐다. 증권가에선 한화솔루션이 1조원 이상의 세제혜택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더구나 태양광 시황이 개선되면서 올 하반기가 투자 확대의 적기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2분기 신재생 에너지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1조234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태양광 모듈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화석 연료의 불안정한 공급 상황 장기화와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확대 움직임 속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차세대 태양광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탑콘(TOPCon) 기술을 활용한 셀 라인 신설을 위해 약 1800억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부터 탑콘 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탑콘은 N타입 웨이퍼를 기반으로 생산한 셀에 얇은 산화막을 삽입해 기존보다 발전 효율을 약 1%포인트 높인 제품이다. 2025년까지 국내 생산 및 연구시설에 1조원을 투자해 고출력의 제품 생산과 라인전환,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 연구 등에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한화솔루션의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동관 사장이 수년 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공들여온 가운데 한미 공급망 동맹 강화와 친환경 지원 법안은 한화솔루션이 미국에서 리더십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