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같은 병원에서 처치 가능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다가 숨진 사건을 두고 국내 뇌혈관 외과 교수가 "우리나라 '빅5' 병원에 뇌혈관 외과 의사가 기껏해야 2~3명밖에 없다는 게 사안의 본질"이라고 일침했다.
3일 해당 사건을 다룬 유튜브 뉴스 영상에 자신을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 외과) 교수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장문의 댓글을 달았다. 방 교수는 "아산병원 일은 매우 안타깝고 충격적"이라며 "그러나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댓글이 많아 50대 중반의 뇌혈관 외과 교수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말씀을 드린다. 실명으로 댓글을 올리겠다"고 글을 열었다.
방 교수는 “그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했는데, 뇌혈관내시술 교수가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면서 어떻게든 간호사를 살리려고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서 수술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 외과 교수 달랑 2명이서 1년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을 서며 근무를 하고 있다"며 “나이 50 넘어서까지 인생을 바치며 과로하면서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방 교수는 "(간호사가 쓰러진 날) 뇌혈관 외과 교수들이 외부 일정을 나가 그날은 뇌혈관 내시술 전문 교수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보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다"며 그러나 결국은 출혈 부위를 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현실은 밤에 국민들이 뇌출혈로 급하게 병원을 찾았을 때 실력 있는 뇌혈관 외과 의사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별로 없다는 것"이라며 "큰 대학병원엔 뇌혈관 외과 교수가 그나마 2~3명이라도 있지만 중소병원이나 지방 대학병원에는 1명만 있거나 아예 없다"고 토로했다.
방 교수는 "뇌혈관 외과의 경우 수술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의료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다"며 "이로 인해 자라나는 젊은 의대생들의 지원이 낮고 신경외과 전공의들조차도 4년을 마치고 나면 현실의 벽에 절망해 대부분 척추 전문의가 된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뇌혈관외과의사를 전임의까지 트레이닝시켜 양성하면 대부분 머리 열고 수술하지 않는, 내혈관내시술 의사의 길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대 이상의 실력 있는 뇌혈관외과의사는 고갈돼 가고 있다”고 전했다.
방 교수는 "그러나 제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에선 중증의료 이야기만 한다"며 "신경외과는 여전히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그토록 존경했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님이 그렇게 중증의료치료에 매진하다가 나가떨어진 배경을 국민들도 아셨으면 좋겠다"며 "중증의료제도 지원 개선책 마련에 현직 의사도 목소리를 낼 테니 국민들도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해당 사건은 일요일 새벽인 지난달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A 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원내 응급실로 옮겨져 색전술 등 응급처치를 받았다.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당시 원내에는 수술 가능한 인력이 없었다. 결국 A 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조치됐지만 숨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3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시글이 올라오며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근무자라고 밝힌 작성자는 "당시 서울아산병원 대부분 의사들이 학회에 참석해 당직자를 제외하고 수술 인력이 없었다"며 "국내 최고 병원이 응급 수술을 못 해 직원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