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 1057개 가운데 63개에서 법령을 위반한 우선·특별 채용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의 실태 조사 결과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의 자녀, 노동조합·노조원이 추천한 사람을 우선 채용하는 불공정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68.3%(43개)에 달했다.
고용 세습은 오래된 병폐다. 지난해 말에는 기아 소하지회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들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2018년에는 서울교통공사·한국가스공사·한전KPS 등 공기업에서 만연했던 일자리 세습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국지엠 부평 공장의 경우 하청 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본사 정규직으로 발탁하는 과정에 노조 간부들이 개입해 거액의 뒷돈을 챙긴 것이 검찰 수사로 밝혀진 적도 있다. ‘청년들의 영혼을 짓밟는 일자리 도둑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조합원 자녀의 고용 승계는 일찍부터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공정한 노사 관계를 외치는 노조가 일자리 세습에 앞장서는 것은 미래 세대의 공정한 취업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이다. 현재 청년 체감 실업률은 19.6%로 사실상 5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세습은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청년들을 좌절하게 하는 불공정이자 불법행위이다.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고용정책기본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특히 민주노총은 청년의 미래를 짓밟는 고용 세습의 폐단을 직시하고 ‘밥 그릇 지키기’에 매달리는 행태를 접어야 한다. 정부는 청년 구직자들을 차별하는 귀족 노조의 위법에 대해 시정 명령 등으로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서고 지나치게 노조에 기울어진 노동시장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