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5세 초등학교 취학’ 정책 추진과 관련해 불거진 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부총리직을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이 사임한 것은 박 부총리가 처음이다.
박 부총리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박 부총리는 지난달 5일 취임한 지 34일만에 낙마하게 됐다. 역대 교육부 장관으로는 이기준(47대·5일), 윤택중(9대·16일), 김병준(49대·18일), 송자(41대·24일) 장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단명했다.
박 부총리는 김인철 후보자가 ‘온가족 장학금 혜택'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5월 26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국회 원구성 협상이 늦어지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지난달 5일 임명됐으며 같은날 60대 교육부 장관에 취임했다.
후보자 지명 때부터 전문성 부족 논란과 함께 만취 음주운전, 논문 자기표절, 조교 갑질 의혹 등 도덕성·자질 문제에 시달렸던 박 부총리가 취임 34일만에 사퇴한 것은 지난달 29일 이뤄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보고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초래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학제개편안에 대해 학부모·교원단체들은 "유아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의견수렴도 없이 추진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정책 철회와 박 부총리 사퇴를 요구했다. 여기에 당초 존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외국어고등학교(외고) 폐지 후 일반고 전환 검토 방침을 밝힌 것도 '졸속 정책'이라는 반발을 불렀고, 외고 학부모로부터도 사퇴 요구를 받았다.
사퇴 여론이 비등해지자 박 부총리는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지난 주말과 휴일 동안 9일로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 준비에 매달렸지만 학제개편안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여름휴가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내각 인적쇄신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어떤 국정 동력이라는 게 다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거 아니겠느냐”면서 “국민들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밝혀 사실상 박 부총리에 대한 경질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