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바이두


2005년 8월 바이두가 나스닥에 상장되기 몇 달 전 당시 에릭 슈밋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리옌홍 바이두 회장과 만나 “자금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줄 테니 상장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에 리옌홍은 “자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회사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는 것일 뿐”이라며 단번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1968년 중국 산시성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리옌홍은 어릴 적부터 책에 빠져 살았다. 그는 베이징대에서 정보경영학을 공부한 뒤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우존스’에서 경제 뉴스를 전하며 기자로 일하던 그는 검색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후 구글 산하 ‘인포시크’에서 검색 시스템 개발자로 일하며 안정된 삶을 보장받았다. 좋은 집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던 어느 날 “평범한 농부로 늙어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아내의 일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리옌홍은 베이징대 동문인 슝위와 함께 199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중국으로 돌아왔다. 이듬해 베이징 중관춘의 허름한 호텔방에서 ‘바이두온라인인터넷기술’을 창업했다. 바이두(百度)는 ‘인파 속에서 그녀를 수천·수백 번 찾았다(千百度)’는 시구에서 따왔다. 초창기 바이두는 ‘구글의 짝퉁’이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리옌홍조차 “중국의 구글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구글을 위협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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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가 우한과 충칭에서 레벨4의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취득했다는 소식이다. 중국에서 로보택시 운행이 허가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 기업이 빅테크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당국이 규제를 풀어줬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2년 전 구글 웨이모가 레벨4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한 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뒤처졌다. 우리가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초격차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첨단 인재를 양성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모래주머니’로 불리는 규제들을 제거해 기업들이 글로벌 전장에서 맘껏 뛸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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