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구에서 가장 큰 빙상이 더 빨리 녹아 2100년에는 해수면이 0.5m 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다국적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온이 남극대륙 동부빙상(EAIS)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1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EAIS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빙상으로 전부 녹을 경우 해수면을 52m까지 올릴 수 있다. 이 빙상이 녹으면 지구촌 해안 도시가 모두 침수될 수 있어 일각에서는 건드려서는 안 될 '잠자는 거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연구진은 세계 190여 개국이 2015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약속한 파리협정의 목표를 바탕으로 빙상이 녹는 속도의 위험 수준을 평가했다.
이에 지구의 표면 기온 상승폭을 2도 미만으로 억제하지 못하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2100년에는 해수면이 0.5m 가까이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만약 그 이후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경우 EAIS가 더 많이 녹아 전 세계 해수면이 2300년까지 1∼3m 상승, 2500년까지 2∼5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배출량이 급격히 줄어든다면 EAIS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2100년까지 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따뜻한 바닷물보다는 대기 영향을 받아 얼음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녹았던 동남극 빙상이 최근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전보다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 주 저자 크리스 스토크스 더럼대 지리학 교수는 "보통 남극 동부가 남극 서부나 북극 그린란드보다 덜 취약한 것으로 생각됐지만, 지난 10여년에 걸쳐 동부에서도 일부 빙하가 녹아 안쪽으로 후퇴하고 얇아지는 등의 움직임이 관찰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잠자는 거인을 깨우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의 핵심 결론은 EAIS의 운명이 상당히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라며 기후 변화에 대한 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