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적립금이 줄어드는 2040년부터 매년 50조~100조 원 규모의 해외 자산 매각 대금이 국내로 반입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연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 그간 투자했던 해외 자산 매각에 나서고 이를 통해 확보한 달러를 국내에서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이 투기적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최근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급격한 인구 감소에 연금 고갈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금융정보학회에 따르면 오지열·김누리 한양대 교수는 최근 ‘ALM(자산부채종합관리) 관점에서의 비은행 금융기관 해외투자와 외환시장 안정성’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수지가 적자 전환되는 2039년 이후 10~15년간 부족한 보험료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매년 50조~100조 원 규모의 해외 자산 환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인구구조와 맞물려 앞으로 해외투자를 늘리는 적립기를 거쳐 2040년 무렵부터 연금 지급 수요가 증가하며 재정 수지가 적자 전환돼 적립금이 감소하게 된다. 해외 자산을 불과 10~20년 만에 매각해야 하는 만큼 해외투자가 급격히 늘었다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대규모 환전이 이뤄진다. 외환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한 이유다.
특히 국회예산정책처는 내후년 합계출산율이 0.70명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았다. 기금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진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이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는데 이 경우 외환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 여력에도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기획재정부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작아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매각 시 충격이 클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원화 강세를 완화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경우 미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외환시장 개입국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