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4세대 폴더블폰 출시 이후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부품 업체들의 주가는 잠잠하다. 신제품이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장의 반응에 더해 고가 정책으로 예상 판매량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 투자 업계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폴더블폰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스마트폰 부품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밤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공개 이후 KH바텍(060720) 주가는 4.20% 빠졌다. KH바텍은 폴더블폰의 접고 펴는 부품인 힌지를 삼성에 공급한다. 스마트폰용 기능성 필름을 제조하는 세경하이테크(148150)는 2.50% 내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주요 부품사로 알려진 파인테크닉스(106240)(-5.17%), 비에이치(090460)(-0.53%) 등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인터플렉스(051370)와 이녹스첨단소재(272290)는 3%대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야심 찬 신작 발표가 폴더블폰 부품 관련 종목들의 주가 상승을 견인할 만큼 획기적인 이벤트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창민·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가격적인 부분에서 강점이 부각되기 어려우며 눈에 띄는 하드웨어적인 변화가 적어 차별화 포인트가 제한적”이라며 “올해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1% 증가한 1500만 대로 추정해 기존 전망치(1800만 대)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전반적인 하드웨어 성능, 디자인이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필수적인데 폴드4 가격 동결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신제품 공개 이벤트가 그동안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폴더블폰) 부품주의 주가에는 이미 신작 공개 이벤트가 반영됐다”며 “부품주들이 상승 탄력을 받으려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전년 대비 높은 성장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올해 판매량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폴더블폰 부품주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이 900만 대로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에는 시장 규모가 300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특히 폴더블폰의 가격이 낮춰질 경우 시장 확대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가격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면 삼성 폴더블폰은 플래그십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며 “플립 모델이 갤럭시S 울트라와 비슷한 가격에 책정된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폴드4 중심의 판매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며 “Z폴드4향 부품 단가가 Z플립 4향 단가보다 높기 때문에 폴드 위주의 판매가 이뤄질 경우 실제 부품주들의 실적 모멘텀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수혜 업체로는 비에이치가 꼽힌다. 비에이치는 폴더블폰향 비중이 낮지만 폴더블용 RFPCB 단가와 수익성이 높다. 또 인터플렉스가 단독으로 납품했던 디지타이저 이원화 벤더로 들어간다. 폴더블폰향 카메라 모듈 FPCB 공급 업체인 뉴프렉스(085670) 역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폰 카메라 모듈 스펙 상승으로 단가가 올랐고 카메라 모듈 FPCB 공급 업계 재편으로 전년 대비 많은 비중(60% 이상)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파인테크닉스에도 주목한다. 파인테크닉스는 지난해 기준 폴더블폰 900만 대를 공급해 매출액 3110억 원을 달성했다. 양 연구원은 “올해 폴더블향으로만 최소 5800억 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폴더블향 마진을 고려하면 최소 530억 원 이상의 높은 이익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메리츠증권 등은 KH바텍·세경하이테크·이녹스첨단소재 등을 수혜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