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아파트 경매 시장이 흔들린다…정말 '폭락기' 올까 [집슐랭]

낙찰률 2008년 이후 약 13년만 최저

경매는 선행지표…하락 장기화 전망

가격은 전 주 0.08% 하락 낙폭 확대

하지만 '폭락' 수준 전망은 시기상조

올해 7월 29일 촬영한 서울 시내 한 중개업소 매물 게시판의 모습. 오승현 기자올해 7월 29일 촬영한 서울 시내 한 중개업소 매물 게시판의 모습. 오승현 기자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매매 시장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경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값 조정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경매 시장 주요 변수로 꼽히는 경매 진행 건수는 아직까지 적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아파트 가격 하락률 또한 상승기 당시의 상승률과 비교하면 크지 않은 수준으로 ‘폭락’ 수준의 집값 하락세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전망 또한 제기된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 13년 7개월 만 최저


법원 경매 전문 지지옥션에 따르면 7월 서울에서 총 64건의 아파트 경매 물건 가운데 17건만 낙찰돼 낙찰률이 26.6%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국 부동산 시장을 강타한 2008년 12월(22.5%)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57건의 진행 건수 가운데 32건(56.1%)이 낙찰된 올해 6월과 비교해도 한 달 만에 29.5%포인트 급락했다.

경매에서 낙찰률 하락은 유찰에 따른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물건에 응찰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경우 경매 물건이 한번 유찰되면 경매 시작가가 20% 하락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금 경매 물건들은 감정가가 대부분 6개월 전 매겨져 현 시세 대비 가격이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경매 참여자들이 응찰을 꺼려 낙찰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경매 시장 흐름은 일반 아파트 매매 시장 움직임에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아 본격 하락하기까지는 약 2년이 걸렸는데 경매 시장은 비교적 일찍 반응해 2008년 상반기 1790건이었던 경매 진행 건수가 하반기에는 2218건으로 늘어났고 △2009년 상반기 3007건 △2009년 하반기 3548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경매 시장은 투자 시장 성격이 강해 일반 매매 시장의 선행 지표 또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며 “경매 시장이 얼어붙는다는 것은 추후 일반 매매 시장 조정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 및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 서울경제DB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 및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 서울경제DB


경매 진행 건수는 적어…'폭락론'은 시기상조


낙찰률이 크게 하락한 반면 올해 상반기 경매 진행 건수는 274건에 그쳐 최근 2020년~2021년 상반기 평균치인 313건을 밑돌고 있다. 경매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는 않은 셈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경매가 법원에서 진행되려면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아직까지 경매 진행 건수는 크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따라 경매 물량이 늘어나기까지 시간 차가 있을 수 있으나 당장 ‘경매 물량 증가→시중 급매물 동반 증가→가격 하락’의 사이클을 논하기에는 섣부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 274건은 지난해 하반기(181건)을 제외하면 최근 1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2008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반기별로 2000건 이상의 경매가 진행됐고 이후 2016년 하반기까지는 1000건 이상의, 2019년 상반기까지는 500건 이상의 경매 진행이 있었다. 경매 물건 자체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상승기와 비교하면 최근 하락률 낮은 수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 변동률은 그 전주보다 0.01%포인트 내린 -0.08%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4월 1일과 같은 수치로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특히 노원구(-0.20%)가 지난주보다 0.05%포인트 떨어져 2013년 8월 12일(-0.22%)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낙폭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 몇 년 동안의 상승률과 비교하면 최근의 하락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8월 둘째 주까지 약 8개월 반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0.51% 하락했다. 가격이 6.58% 오른 2021년과 비교했을 때 낙폭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기준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56% 상승했다. 대표적인 민간 시세 조사 기관인 KB부동산 통계를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상승률이 46.32%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소수점 둘째 자릿수 수준의 주간 하락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존 주택 매매 시장에서도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매 시장까지 가는 수요자는 드물 것”이라며 “경매 낙찰률 하락은 최근 얼어붙은 매매 시장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이어 “추후 공급 대책이 예고돼 있고 규제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집값 향방은 불확실하다"며 “낙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한민구 기자·김경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