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전에 폐경한 여성은 심부전 발생 위험이 최대 1.3배, 심방세동 위험은 1.1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가정의학과 남가은·신지인 교수팀이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정진형 성균관대학교 의학연구소 박사와 진행한 공동 연구를 통해 이 같이 드러났다고 15일 밝혔다.
남가은 교수팀은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 검진을 받은 30세 이상의 폐경 후 여성 140 만 1175명을 2018년 말까지 평균 9.1년 간 추적 관찰했다. 이 중 약 2%인 2만 8111명이 평균 36.7세에 폐경을 겪으면서 조기 폐경 그룹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기간 중 전체 대상자의 3.0%(4만 2699명)와 3.2%(4만 4834명)에서 각각 심부전과 심방세동이 발생했다. 조기 폐경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심부전과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각각 33%와 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폐경 연령이 낮아질수록 심부전과 심방세동 위험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이 연령, 흡연, 음주, 신체활동을 비롯해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만성 신장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만성질환, 폐경호르몬요법 및 초경 연령 등을 보정한 다음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0세 이후 폐경한 여성과 비교해 폐경 당시 나이가 45~49세, 40~44세, 40세 미만이었던 여성은 심부전 발생 위험이 각각 11%, 23%, 39% 높았다. 심방세동의 경우 폐경 나이 45~49세, 40~44세, 40세 미만에서 각각 4%, 10%, 11% 발생 위험이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심혈관질환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심혈관계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 여성들도 심혈관질환 위험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남가은 교수는 “과거에도 폐경 나이와 심혈관질환 간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가 있었지만 대다수가 서구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전반적인 심혈관질환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질환의 전통적인 위험요인과 함께 여성 생식력에 대한 고려도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기 폐경 여성은 심부전 및 심방세동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높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며 "관련 생활 습관 개선 등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ESC)의 공식 저널인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8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