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구에 있는 9층 높이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광고판에 올라간 화물연대 조합원 3명. 이들은 노조 탄압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빌딩 전면에 걸고 광고판 끝에 앉아 파업 구호를 외쳤다. 이날 화물연대가 일반에 공개한 이들의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허리와 광고판에 연결된 '안전끈' 하나만 이들의 추락사고를 막는 안전 장치 역할을 했다.
노조의 농성이 안전사고가 걱정될 만큼 다시 위험해지고 있다. 이날 하이트진로 본사를 점거한 화물연대 일부 조합원은 경찰의 강제 해산 시도를 대비해 인화물질까지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은 "인화물질 소지 여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에 진입한 화물연대 노조원 일부는 지난 5일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도 농성을 했다. 일부 노조원은 강원공장 입구로 이어지는 다리 난간에 몸을 묶었다. 강찰이 강제 해산을 하자 조합원 5명이 강물로 몸을 던졌다. 이들은 모두 구조됐다.
지난달 마무리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과정에서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0.3평짜리 철제 구조물에 한 달여간 몸을 가뒀다. 그는 파업이 종료된 후 구조물을 나오면서 몸을 가누지 못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6명의 하청 노동자도 20미터 높이에서 고공 농성을 했다. 이 파업은 장기화될 경우 공권력 투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현장에는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올해 3월 파업을 마친 전국택배노조 위원장도 장기간 물과 소금을 끊는 아사단식을 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노조 농성과 파업은 노사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갈등이 심해질 때 수위가 높아진다. 대우조선해양과 택배, 이번 하이트진로처럼 노사간 직접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교섭 책임이 모호해지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다. 노조가 처음 만들어지는 사업장일수록 이런 경향이 짙다는 전언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15년 전 임금 정상화와 기본적인 휴식,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공권력으로 밀어붙여도 파업과 고공농성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