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가 30조 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국내 운용사 중 가장 가파르게 몸집을 부풀리며 ETF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연초부터 지속된 증시 불안 속에서도 다양한 해외투자형 ETF들이 대규모 투자 자금을 흡수하며 순자산 급성장을 이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ETF 운용 규모 역시 ‘배(倍)’ 단위 성장을 이뤄내 미래에셋운용의 해외 운용사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총액은 30조 481억 원 규모로 처음 ETF를 상장했던 2006년 이래 이달 처음으로 30조 원 선을 넘어섰다. 국내 운용사의 ETF 순자산 규모가 30조 원 선을 기록한 것은 삼성자산운용 다음으로 미래에셋운용이 두 번째다. 두 회사의 격차는 1조 7308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미래에셋운용의 ETF 순자산이 20조 원을 처음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몸집이 10조 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이로써 미래에셋운용의 국내 ETF 시장점유율은 38.7% 수준까지 늘어나면서 업계 1위인 삼성운용(31조 7789억 원, 40.9%)과의 격차가 2%포인트 수준으로 좁아졌다.
미래에셋운용의 ETF 순자산 총액은 올 들어 지속됐던 증시 불안에도 연초 대비 3조 8000억 원 가까이 늘어나며 다른 증권사 대비 독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운용의 경우 ETF 순자산이 6274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어 이날 종가 기준 점유율 3~5위에 해당하는 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 모두 순자산 총액이 연초 대비 감소했다.
해외투자형 ETF 상품들이 투자 자금을 흡수하며 전반적인 성장세를 주도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순자산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ETF는 ‘TIGER 미국S&P500(360750)’으로 6626억 원가량 자금이 유입됐다. 해당 상품은 미국 3대 대표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를 추종한다. 이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381180)(6613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133690)(6084억 원)’ 역시 순자산 증가세가 가팔랐다.
순자산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서는 대형 ETF 개수 역시 늘었다. 이날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순자산 1조 원 이상인 ETF는 총 10개로, 올 들어 2개 상품이 추가됐다. 이 중 순자산이 가장 큰 ETF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371460)’로 그 규모가 3조 6208억 원에 달한다. ‘TIGER 미국나스닥100(2조 3577억 원)’과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 200(102110)(2조 1804억 원)’ 역시 순자산 규모가 2조 원을 웃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1조 5517억 원)’과 코스피와 코스닥 유동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TIGER TOP10(292150)(1조 4119억 원)’은 연초 이후 각각 6613억 원, 5324억 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새롭게 ‘1조 ETF’에 합류했다.
미래에셋운용의 글로벌 ETF 운용 규모의 빠른 성장세 역시 눈에 띈다. 7월 말 기준 미래에셋 글로벌 ETF 운용 규모는 110조 8213억 원으로 2017년 말(21조 3600억 원)과 비교해 약 4년 반 만에 5배 이상 늘어났다. 2011년 인수한 캐나다 ‘호라이즌스 ETFs’의 운용 규모는 인수 당시 3조 6000억 원에서 22조 원으로 6배 이상 성장했다. 이어 2018년 인수한 미국 ‘글로벌엑스’ 운용 규모(51조 원) 역시 인수 당시 대비 5배 넘게 증가했다. 미래에셋운용은 해외 자산운용사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운용사 중 하나다. 올 들어서도 호주 ‘ETF 시큐리티스’를 인수한 바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글로벌 ETF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시장에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ETF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권오성 미래에셋운용 ETF마케팅부문 대표는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음에도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ETF를 제공해 TIGER ETF 순자산이 증가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혁신성장 테마 및 인컴형 등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을 발굴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