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장의 여러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들어 의료용 로봇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7일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2019년 6억 3850만 달러(약 8332억 원)였던 중국의 의료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25년 14억 7800만 달러(약 1조 9287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료용 로봇 산업 육성에 나선 중국은 지난해까지 75억 위안(약 1조 4000억 원)을 의료 분야 로봇에 투자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된 2020년 세계적으로 모든 산업이 위축됐지만 중국은 의료용 로봇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의료용 로봇 육성 정책은 최근 들어 하나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은 세계 최초로 생체 내 약물을 전달하는 나노로봇을 개발했다. 장톈 중국 국가나노과학기술혁신연구원 책임자는 “기존의 종양 치료제는 종양 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도 죽이지만 이번에 개발한 의료용 데옥시리보핵산(DNA) 나노로봇은 정맥으로 들어가 특정 종양에만 약물을 투입해 죽인다”며 “이 의료용 DNA 나노로봇은 생체 내에서 직접 분해될 수 있어 독성과 부작용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의료용 로봇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정보도 수집한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컸던 올 2월 상하이에서 예정됐던 ‘2022 중국 의료용 로봇 산업 혁신 대회’가 취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돼 로봇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와 업계의 관심을 반영했다. 이 행사에는 중국 각지의 대학병원, 의료 연구소, 의료 기기 업체들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총 4개의 세미나, 18개의 사업 보고, 산학 투자 연구 토론 등이 진행됐다.
이종하 계명대 의용공학과 교수는 “의료용 로봇은 주로 부품 분야가 핵심인데 중국은 이 부분이 잘 발달돼 있고 특히 규제가 까다롭지 않아 의료 기관에서 쓰는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력은 있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의료 현장에 로봇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과 독일·일본에 이어 ‘로봇 강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향후 전 세계 로봇 시장 판도를 중국이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로봇을 10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 2016년에는 ‘로봇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로봇 산업 매출액을 연평균 20% 이상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서상원 우석대 교수(메카트로닉스공학박사)는 “중국의 로봇 산업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엄청난 물량 공세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로봇 산업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비롯해 체계적인 성장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