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노동조합이 다음 달 16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면서 총파업을 단행한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노조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93.4%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가결했다. 금융노조는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금융 공기업 노동자 10만 여 명이 소속돼 있다. 노조는 현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임금 6.1% 인상과 주 36시간(4.5일) 근로, 영업점 폐쇄 금지 등을 두고 사용자 측 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대립해왔다. 사측은 노조 측에 1.4%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고 노동시간 단축과 영업점 폐쇄 금지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사측의 1.4% 인상안은 물가 상승률과 은행권의 실적을 고려하면 사실상 삭감하겠다는 의미”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사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 쟁의 조정에서도 합의에 실패했으며 이에 따라 노조가 총파업 여부를 노조원에게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하게 됐다.
찬반투표에서 파업이 결의됨에 따라 금융노조는 다음 달 16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총파업 전까지 노조는 23일 서울, 25일 대구, 다음 달 1일 부산에서 조합원 총파업결의대회를 열어 파업 동력을 이어가는 한편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실제로 총파업을 실행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조의 주장처럼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했을 때 사측이 제안한 임금 인상률이 적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금융노조의 주축인 시중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임금이 1억 원이 넘는 만큼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이 일반 국민에게 호응을 이끌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1인당 평균 급여(반기보고서 기준)는 5800만 원이었으며 신한은행 5400만 원, 하나은행 6600만 원, 우리은행 5700만 원 등으로 1년으로 환산할 경우 1억 원이 모두 넘는다. 지난해도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 1200만 원, 신한은행 1억 700만 원, 하나은행 1억 600만 원, 우리은행 9700만 원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도입됐던 단축 근무가 원래대로 되돌려지지 않아 은행 고객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주 36시간 도입 주장도 지지를 받기 힘들어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은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기존보다 1시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또 최근 잇달아 발생한 금융기관 직원의 횡령 등 일탈 행위들도 노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최근 금융권을 둘러싼 여러 상황으로 부담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며 "찬성률과 실제 파업 참여율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6년 금융노조의 총파업 당시 전체 은행원의 15%정도만 참여했으며 국민 편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가율은 2.8%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노조는 22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번 총파업 투표 결과 및 향후 일정 등을 밝힐 예정이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