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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이정재가 '헌트' 각본쓸 때 황정민과 찍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신세계' 이후 이정재X황정민 첫 재회

이국적 풍광, 타격감 액션에 입소문

'범죄도시2' 전까지 코로나 이후 최고 흥행작

박정민 트랜스젠더 연기도 압권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제작/아티스트스튜디오, 사나이픽처스) 흥행에는 역대급 카메오 군단도 한몫한 듯 하다. 배우 황정민, 이성민, 유재명, 박성웅, 김남길, 주지훈, 조우진 등 가히 영화제급 출연진은 정말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배우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일부는 잠깐이지만 극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영화를 본 이들이 속 간첩 총책인 '동림' 정체를 찾기보다 '김남길 찾기'에 빠졌다는 말도 있다. 이쯤되면 n차 관람은 필수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특히 배우 황정민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을 수 있다. 1,000만 배우 황정민은 시대 배경인 1980년대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군 파일럿 '리 중좌'로 깜짝 등장한다. 감독 말마따나 황정민 배우 특유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린 신이었다. 특별출연의 교과서라는 극찬까지 나온다. 배우 이정재와 황정민은 과거 영화 '신세계'(2013, 박훈정 감독)에서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의 이사 이자성과 정청 역으로 진한 브로맨스를 보여주었다. '헌트'에 황정민이 등장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일찍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의 등장은 짧고 굵었다. 그마저도 박평호(이정재)와 직접 대사를 주고받지는 않는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선 이 영화가 필수겠다.





두 사람은 '헌트'에 앞서 지난 2020년 개봉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에서 재회한 바 있다. 이정재-황정민의 재회, 이국적 풍광, 타격감 있는 액션 등으로 입소문이 나며 장기 흥행을 이어나갔다. 이는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기 전까지, 코로나19 시대 가장 성공한 국내 작품이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황정민은 청부살인업자 '김인남'으로 분했다. 인남은 시마다(박명훈)의 의뢰로 거대 야쿠자 조직 동경지부장 고레다를 죽인다. 이후 그동안 모은 돈을 들고 파나마로 떠나려 한다. 여기까진 황정민이 영화 '아수라'에서 보여줬던 소름돋는 악역인가 싶지만 아니었다. 인남은 군인 출신으로 대인 살상을 담당했던 과거 국정원 특수요원이었다. 상부의 명령에 의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해외를 전전하며 영혼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란 설정이다.

한편 서영주(최희서)라는 인물의 평화로운 삶이 그려진다. 그녀는 태국에서 딸 유민(박소이)과 함께 정착하려는 중이다. 와중에 현지 부동산업자 한종수(오대환)을 만나 투자처를 알아보는데 이후 딸을 납치당한다. 인남이 파나마로 떠나려는데 한국에서 연락이 온다. 영주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연락이었다. 영주는 인남의 과거 연인이었다. 이미 세상과 연을 끊고 살았던 인남은 영주의 연락을 피하는데, 결국 숨이 끊어진 영주의 얼굴을 보고만다. 처음 알게 된 딸의 존재. 인남은 딸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의 끈을 붙잡고 태국으로 향한다.





그런데 하필 인남이 마지막으로 죽인 이가 '인간 백정'으로 불리는 잔혹한 야쿠자 '레이'(이정재)의 형이었다. 레이는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고마는 인물로 그려지고. 인남을 쫓기 시작한다. 처절한 암살자 인남과 무자비한 레이의 쫓고 쫓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이정재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목까지 차오르는 새까만 문신 자국과 대비되는 새하얀 코트를 입고 처음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레이의 모습은 영화사 최고의 등장신으로 손꼽히는 '관상'(2013)에서의 수양대군(이정재)이 떠오른다. 극은 인남의 서사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레이는 끈질기게 인남을 쫓는다. 여기서 느슨해지지 않는 흐름이 몰입을 더한다. 인남이 태국으로 가면 레이는 곧바로 인남의 숙소에서 나타난다. 인남과 레이는 늦지 않게 첫만남을 갖고 이후 곳곳에서 마주치며 강하게 충돌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딸을 구하기 위한 황정민의 처절함에 더해 현지에서 황정민을 돕는 유이(박정민)의 트렌스젠더 연기가 압권이다.





이정재는 '헌트' 각본을 4년에 걸쳐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마지막 퇴고할 무렵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찍고 있었다고 한다. 우연하게도 '헌트' 속 빗발치는 강렬한 총기 액션 신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도 등장한다. (두 영화를 모두 본 입장에서 정말 비슷하다.) 그리고 반전으로 이어지는 결말 역시 닮았다.

영화를 연출한 홍원찬 감독은 '추격자'(2008), '황해'(2010), '내가 살인범이다'(2012) 각색을 거쳐 회사원들의 일상 공포를 스릴러물로 다룬 영화 '오피스'(2015)로 연출 데뷔, 첫 작품으로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바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연출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차기작이 무척 궁금해지는데, 그는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들개'라는 작품을 연재 중이다.

◆시식평 - 이정재X황정민 이 조합, 또 보고싶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요약


제목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개봉일 : 2020.08.05

장르 : 범죄, 액션

러닝타임 : 108분

배급 : CJ ENM

감독 : 홍원찬

주연 :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박소이





볼 수 있는 곳 : 티빙, 왓챠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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