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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변호사 우영우'가 불편하다고? 작가가 하고픈 말…"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변호사 우영우'가 꿈이었던 소녀의 이야기

드라마 극본 쓴 문지원 작가의 데뷔작

정우성·김향기 주연 영화 '증인' 리뷰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아 보인다. 잘 만든 드라마의 '선한 영향력'은 인정하지만 변호사가 가능한 자폐인은 더 이상 자폐인이 아니라는 인식이나, 일류 대학을 수석 졸업한 '천재' 정도는 돼야 사회 생활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잘못'된 편견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드라마 극본을 쓴 문지원 작가의 전작에는 조금 더 현실에 가까운 자폐인이 등장한다. 그는 '증인'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 각본으로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2016년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그의 첫 영화 '증인'(이한 감독, 2018)은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황금촬영상 감독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영화 ‘증인’ 스틸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증인’ 스틸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영우 변호사와는 또 다른 특성을 지닌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가 주인공이다. 그는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니며 여느 학생처럼 수업도 듣고 친구도 사귀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자폐' 증상에 생활이 녹록지 않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도 실은 그를 이용하는 것에 불과했다. 지우는 그럴 수록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다. 영화는 마치 우영우 변호사의 불우했던 고등학생 시절을 조명해 보여주는 듯 했다. 학교 친구들로부터 수시로 괴롭힘을 당하는 지우, 사람 많은 곳에서는 극도의 불안함을 보이는 지우, 작은 소리에도 크게 놀라는 예민한 지우의 모습이 이어진다.

그런 지우에게 속물이 되기로 한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접근해 온다. 자신에게 걸린 중요한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바로 지우이기 때문. 순호는 원래 '민변(인권변호사들의 단체를 지칭)' 출신으로 신념을 지닌 변호사였다. 하지만 연로한 홀아버지를 책임지려 대형 로펌에 취직해 새 인생을 꿈꾸는 인물이다. 로펌 대표 병우(정원중)는 상대 측, 즉 기업이 아닌 '민변'과 시민단체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순호의 실력을 높이 평가,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 또한 기업만 대변한다는 로펌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공익 사건을 하나 맡았다면서 순호에게 국선변호를 제안한다. 그렇게 순호는 피고인 미란(염혜란)을 만나게 된다.





미란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상황. 오랜 시간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부잣집 주인 80대 노인의 죽음에 자신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지우다. 미란의 변호인이 된 순호는 자폐 증상을 지닌 지우를 어떻게든 법정에 세워 증언의 신빙성을 흔드려 한다. 지우 엄마(장영남)는 법정 출석을 완강히 거부하고, 지우 역시 낯선 순호를 경계한다.

의도야 어찌됐든, 순호는 자폐아의 특성을 공부하거나 지우가 좋아하는 퀴즈를 내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한다. 심지어 재판 상대인 검사 희중(이규형)에게까지 자폐아와 소통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마치 상대의 걷는 속도에 맞춰 발걸음을 느리게 옮기듯, 순호는 지우의 세계로 조금씩 들어가게 된다.

한 번은 지우의 꿈 얘기를 듣게 된다. 지우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변호사"라며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순호에게 묻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또한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을 읽고 외운대로 해석해야 하는 지우는 "친구는 웃으면서 자기를 이용하고, 엄마는 화난 얼굴이지만 자기를 사랑한다"면서 "사람 마음은 어렵다,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라고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순호는 당황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만나게 되지만. 순호는 그 순간 오직 재판을 이기기 위해 지우를 철저히 이용하고 만다. "정신병"이라며 그를 향한 모진 말도 내뱉는다. 결국 미란을 1심에서 무죄로 이끌고 더욱 승승장구 하게 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알게 된 순호는 사건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한다.





신념을 잊고 살았던 변호사가 소신을 되찾는 이야기로, 긴 러닝타임동안 배우 정우성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충분히 보여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또한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 배우 만큼이나 김향기 배우의 지우 또한 인상적이다. 배우의 눈을 통해 시청자들은 지우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느끼는 지, 어떻게 다른지 조금이나마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다.

드라마 속 변호사 우영우와 영화의 지우는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변호사를 꿈꿨다는 사실과 함께 두 사람의 방 안에는 모두 '고래'가 등장한다. 지우는 2심을 앞두고 엄마에게 "나는 자폐가 있어서 변호사는 되기 힘들 거다, 하지만 증언은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법정으로 다시 나아간다.

문지원 작가는 지우의 못이룬 꿈을 드라마 '우영우'를 통해 마침내 실현시켜주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긴 하지만 '증인'이 있었기에 드라마 '우영우'도 존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품의 힘을 믿는 자들의 노력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지는 것일 테다. 아마도 드라마 덕분에, 현실 속 수많은 지우들이 우영우처럼 진짜 변호사가 되는 일도 한 뼘 정도는 가까워졌을 듯 싶다. 단, 저절로 그리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본 이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놓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문지원 작가의 영화도, 드라마도 사회의 여러 모순점들을 적절히 꼬집는다. 작가는 계속해서 정확하게 묻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말미, 순호는 법정에서 이렇게 외친다. "우리가 잘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보고싶은 것만 보려고 했다." 메시지가 주는 울림은 변함없이 여전하다.

◆시식평 - 이쯤되면 궁금해지는 문지원 작가의 차기작.

+요약
제목 : 증인(innocent witness), 2018

출연 : 정우성, 김향기, 이규형, 염혜란, 장영남, 정원중, 김종수, 박근형, 송윤아 등

개봉일 : 2019.02.13.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등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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