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산권 침해 논란을 빚은 공공 도심복합사업의 현금 청산 규제를 뜯어고친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현금 청산 위기에 몰린 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구제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사업 추진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정부가 추가적인 설득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21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의 일환으로 공공 도심복합사업 보완을 추진한다. 직전 정부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한 해당 사업을 계승·보완하고 도심 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근거법인 공공주택특별법 및 하위법령 개정을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공공 도심복합사업의 유효기간을 2024년에서 정부 임기 말인 2027년까지로 3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5년 임기 동안 개발이 필요한 노후 주거지 밀집 지역, 낙후 지역 중에서 공공 참여가 절실한 사업지를 대상으로 공공 도심복합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다만 새 후보지 발굴은 주민 제안을 토대로 이뤄진다. 지금까지는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후보지를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주민 반발에 부딪히는 등 사업 진행이 계획대로 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직접 후보지 지정을 제안해 사업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재산권 침해 논란을 빚은 현금 청산 규제도 손을 본다. 후보지 발표 전 공공 도심복합사업지에서 토지를 매수한 1주택 소유자인 경우에는 특별공급권을 부여해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후보지 발표 전이라도 권리 산정 기준일인 지난해 6월 29일 이후 후보지 내 토지를 매수한 자라면 모두 현금 청산 대상자로 규정해 규제의 정도가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금 청산 대상자에 대한 특별공급분은 일반분양 물량에서 할당되며 기존 토지주의 우선공급분보다 비싼 가격의 일반분양가로 공급된다. 공공 도심복합사업 1호 사업지인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의 사례를 보면 우선공급 가격은 6억 2000만 원, 일반분양 가격은 7억 3000만 원으로 1억 원 넘게 차이가 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후보지 지정이 끝나 추가적인 현금 청산자는 발생하지 않고 일반분양가로 공급하기 때문에 특별공급권 부여에 따른 사업성 저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호응이 저조한 후보지는 사업을 철회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주민 동의율 30% 미만의 사업장은 공공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지정을 철회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는 공공 도심복합사업 예정지구로 지정되고 6개월이 지난 뒤 주민 50% 이상의 반대가 있어야만 사업 철회가 가능한데 앞으로는 예정지구 지정 전 후보지 단계에서도 이를 허용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각 후보지 주민들이 공공 도심복합사업을 계속 추진할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다. 이후 주민 동의율을 확인해 후보지 철회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제도 개선안이 사업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공공 도심복합사업지 내 토지 등 소유자는 현금 청산 규제로 인해 재산권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업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현수 공공주도반대연합회 대표는 “공공 도심복합사업이 이미 주민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지 전체를 해제하지 않고 동의율 낮은 후보지를 민간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8·16 대책에서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에서만 추진할 수 있었던 도심복합사업을 신탁사와 리츠 등 민간에 개방했다. 신설된 민간 도심복합사업은 입지 특성에 따라 성장거점형과 주거중심형 등 두 가지 유형으로 추진된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최대 용적률 500% 적용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공급되는 주택의 일부는 공공임대 또는 공공분양으로 기부채납받고 필요한 경우 개발이익을 제한하는 이익상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르면 12월 특례법을 제정하고 내년 상반기 후보지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