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對中·반도체 수출 부진에 원低까지…25년만의 '쌍둥이 적자' 공포

[천장 뚫린 환율]

■ 올 무역적자 255억弗 사상 최대

이달만 102억弗 월별 기준 최고

대중 수출 11%·반도체 7.5% 뚝

우크라戰 장기화에 원화약세 겹쳐

최악땐 하반기까지 적자랠리 가능성

2년여만에 경상수지 적자 전망도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255억 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만 떼어내 보면 적자 규모는 무려 102억 달러에 달한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입액이 크게 불어난 반면 수출 증가세는 눈에 띄게 꺾인 결과다. 특히 우리 무역을 지탱해온 양대 축인 ‘중국’과 ‘반도체’의 수출 기반이 흔들리면서 올해 무역 적자 폭 확대를 넘어 ‘쌍둥이 적자(재정·경상수지 적자)’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334억 2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3.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월간 기준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조업 일수 영향을 배제한 하루 평균 수출액을 보면 둔화 수준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이달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쳐 가까스로 역성장을 면했다.



수출이 둔화한 것은 반도체 수출이 예전만 못한 영향이 크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액 중 통상 20~25%를 차지하는 주력 수출 품목이다. 하지만 이달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7.5%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1.2% 감소했다.

관련기사



반면 수입은 436억 41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2.1% 늘었다. 유가 오름세가 이어져 에너지 제품 가격 전반이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을 보면 19일 기준 배럴당 94.36달러로 1년 전보다 44.4% 상승했다. 이와 맞물려 원유(54.1%)와 가스(80.4%), 석탄(143.4%) 등 다른 에너지 제품 수입액도 크게 늘었다.

수입이 수출을 크게 웃돌면서 이달 20일 기준 무역수지는 102억 1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적자 폭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쌓인 누적 적자도 254억 7000만 달러에 달해 역대 최대치(1996년 연간 기준)인 206억 24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로써 올 4월부터 시작된 무역 적자 랠리는 5개월 연속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출 전망부터 살펴보면 가장 비중이 큰 대중(對中) 수출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내렸던 봉쇄 조치를 6월부터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있으나 예년의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7월 중국의 산업 생산 증가율과 소매 판매율은 각 3.8%와 2.7%를 기록해 5% 안팎을 점친 시장의 전망을 크게 밑돌았다. 반도체 경기 역시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은 2분기보다 최대 18%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여건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원화 약세의 그림자마저 짙어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입품에 대한 원화 지출액이 늘어 결과적으로 수입액은 더 불어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악재에 더해 중국 경기 둔화 흐름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라 대외 악재에 대응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며 “최악의 경우 무역 적자 랠리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무역수지 적자가 쌓이면서 2020년 5월 이후 연속 흑자 행진을 보여온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올해 통합재정수지 역시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 경제가 ‘쌍둥이 적자’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외 신인도를 가늠하는 두 지표가 악화하면 국가신용도에 악영향을 끼치며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도 가팔라질 수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상수지는 해외 생산 수출 확대 및 소득수지 흑자 등으로 6월까지 비교적 견조한 흑자 기조를 유지 중”이라면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