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조계종 사노위 지몽 스님 “인간은 행복도, 고통도 함께 하는 존재”

설립 10주년… 사회적 약자 고통 나누는 역할 해와

“인간은 단절돼 있지 않아… 불교 ‘연기’의 뜻 체감”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노위 위원장인 지몽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노위 위원장인 지몽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현장에서 아프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외치면서 하나가 됐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단절돼 있지 않고 행복도, 고통도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 위원장인 지몽 스님은 22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설립 1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관념적으로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사회에서 펼치면서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의 뜻을 (몸으로) 느끼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기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준말로 모든 현상은 상호 관계 속에서 성립된다는 관점의 불교용어다.



그는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사회적 고통이 드러나고 있고 그 변화가 사회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그 의제에 대해 불교적 관점에서 통찰을 보여드려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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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7일 설립된 사노위는 불교적 방법의 실천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 억울함, 혐오를 없애고 약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없애는 일을 활동 목표로 삼아왔다. 그 동안 비정규직 및 정리해고 노동자 문제, 송파 세모녀와 무연고자들의 죽음과 같은 빈곤 문제, 발달장애인 문제, 성소수자들의 권익 향상 등에 집중해왔다.

위원회 출범 초반 출가자(승려)는 도철 스님 1명뿐이었으나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에 연대하며 뜻을 함께하는 출가자가 7∼8명으로 불어났다. 10년을 맞은 올해 20명의 출가자가 사노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깨달음을 중시하는 불교계 풍토에서 사회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사노위 활동에 대한 조계종 내부 시선은 곱지 않았다. “스님이 왜 데모하느냐”,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너희가 빨갱이냐” 등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산재, 이주노동자 등 노동 문제를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미얀마 민주화 등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단식과 108배, 오체투지(五體投地) 등을 통해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오해가 많이 풀렸다. 특히 파인텍, 콜트콜텍 등 일부 노사 갈등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사용자와 노동자에게 서로 반반씩 양보하라고 조언하면서 매일 목탁을 치는 등 불교적 방식으로 접근하면 양측이 마음을 연다는 것이 사노위측의 설명이다.

지몽 스님은 “개인적으로는 6년전부터 사노위 활동을 했는데 종단 내부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지금은 스님들이 이해해주고 고생한다는 얘기도 많이 해 준다”며 “‘조계종의 양심’이라는 일부 평가도 받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산은 조계종에서 나오지만 종단의 개입이나 지시는 없다고 한다. 사노위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구인 만큼 종단 눈치를 보면 설립 취지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사노위 10년의 활동 목표에 대해서는 “과거 10년처럼 열심히 하겠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담론에 대해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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